가을 여행! 그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고 정말 기분 좋은 자랑하고 싶은 가을 산행을 다녀왔다.
마흔이 넘도록 엄마랑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등산. 아니 여행. 어쩌다가 계획이라도 세워놓으면 어김없이 다음날 남편, 아이들의 사정에 의해 무참히도 깨져 버렸는데….
우연히, 매일신문 여성산행대회를 보고 매일 보는 신문이지만 정말 모처럼 만에 요즈음 애들 말처럼 필이 팍팍 꽂혔다. 당장 전화로 물어보고 엄마랑 둘이 가기로 하고 접수했다.
엄마가 우리 학교 다닐 때 소풍 보낼 때 그랬듯이 막내 동생이 빵이랑 음료수랑 수분이 부족해 탈수가 일어날까 봐 귤, 오이까지 그리고 비상식품이라면서 사탕, 초콜릿도 준비해 배낭 한 가득 넣어주었다. 덕분에 난 배낭이 두 배나 무거워 올라가면서 "엄마 좀 쉬면서 사과 좀 먹자. 오이 좀 먹자."(그래야 가방이 가벼워지니까) 해도 엄만 그냥 됐다. 괜찮다 하시면서 올라가셨다.(남의 속도 모르고. ㅎㅎ)
장소는 영덕 칠보산. 출발하면서 전화로 아이들을 깨워 등교시키느라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조금 지나 펼쳐지는 바깥 풍경에 빠져들었다.
평일이라서 조용한 산은 우리들이 통째로 차지했다. 굵은 소나무들이 얼마나 높게 치솟아 있는지 하늘을 뻥 뚫어 버릴 것 같았다.
여성산행대회라서 그런지 아줌마들 특유의 수다와 웃음소리에 온산이 들썩들썩 아침잠을 깨우는 것 같았다. 올라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엄마랑 딸이 왔냐면서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내 기분 실컷 내고 조금 우쭐해졌다. 모두들 엄마랑 같이 다니고 싶은데 연세가 드시니까 무릎이 아파서 허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신다고 한다.
우리 엄마도 벌써 내년이면 일흔이다. 조금이나마 다닐 수 있을 때 많은 곳을 다니고 싶지만 이 산행처럼 최소한의 경비로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만만치 않다.
관광버스라 여느 차처럼 내심 기대했던 음주가무가 없어서 좀 밋밋했지만 레크리에이션이 있어서 게임도 즐기고 박수도 실컷 치고 '하하하' 전원주처럼 큰소리로 웃어서 한없이 좋았다.
내년 봄에도 여성산행대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엄마가 건강해서 봄에 다시 꽃구경을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 건강해서 그때는 딸 셋이랑, 며느리도 모두 같이 가자. 엄마, 파이팅!
임경미(대구시 서구 비산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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