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다)자유인 11인의 열정 대담

입력 2007-11-24 07:58:42

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남재일 지음/시공사 펴냄

날씨란 게 남의 사정과 관계없이 멋대로 흘러가 오늘은 된통 '편애' 할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왜? 랄 것도 없다. 바람이 날을 세워 부는데 실내 온기는 따뜻하고 강의는 겉돈다. 마음이 수상쩍어 수작이라도 걸까하다 교실을 나와 학교 앞 서점으로 빠진다. 동공이 빈둥빈둥거리다 잡힌 것이 '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2004)라는 책, 어! 그런데 200여 쪽이 넘는 책의 질량이 어찌 이리 가볍나···.

표지에 영화감독 김기덕, 이창동, 소설가 장정일, 김훈, 서영은, 그리고 강금실, 로리주희, 일본문학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마루야마 겐지 등이 있다. 11명과의 열정 가득한 대담 책이다. 그럼 사소한 고백 하나 해야겠다. 한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들의 기질이라고 해야 되나? 뭐 그런···기타 등등을 좋아해서 줄곧 쫓아다닌다. 지독히 편식하듯 관심 가는 작가들인데, 이유는 이렇다. 그들이 당대를 버르장머리 없이 '자기방식'으로 헤쳐간다는 것과 그들 중 몇몇은 불온한 도발, 그런 예술적 소양을 내게 이식해 '좀 더 충실한 내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지'하는 것이다. 글쎄? 아마 세월의 관성이 붙어도 그럴까마는.

자신들 삶의 목소리를 토해내는 그들의 육성은 날것이며 거칠다. 그렇다고 한창 건방질 때 되먹잖은 태도를 취하는 것 하고는 거리가 멀다. 세상이 알아듣기 힘들더라도 날것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 곧 자신의 육성으로 고스란히 이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편견'이고 글 쓴 작가의 '편애'다.

저널리즘과 문화를 전공한 작가는 작금을 "제도가 현명해지고 개인이 왜소해지는 시대"로 진단한다. "제도를 둘러싼 힘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장의 한가운데서 개인으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의 내면 풍경이 어떨까 궁금"해했다고 작가는 글머리에 그 까닭을 밝힌다. 사람과의 만남이 운명적이고 "내가 하는 모든 사랑은 편애"라고, 또한 인터뷰한 사람들은 "인간에 대한 편애(?)와 세상에 대한 편견(?)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제도가 권하는 것과 사뭇 다르게 사람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열한 명의 열한 꼭지 속에 우리 시대 자유인 11인과의 열정의 대담은 "나는 이 화려한 껍데기보다 편견을 말하던 당신의 입술이 그립다."고 작가는 술회한다.

권기철(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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