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어린이집 없어진대요"
대구시종합복지회관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복지어린이집'이 최근 폐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곳에 아이들을 맡겼던 부모들은 '저소득 서민들을 위한 어린이집'에 대해 대책도 없이 폐쇄를 결정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내년부터 폐쇄 여부를 검토 중인 이곳은 1993년 문을 연 뒤 해당 구청으로부터 인건비와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는 공립어린이집으로, 원활한 종합복지회관 운영을 위해 폐쇄를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장 46명의 어린아이들을 어디다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는 부모들은 "일부 사립어린이집은 저출산과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면서 오히려 서민을 위해 늘려야 할 국·공립 어린이집을 별다른 대책 없이 폐쇄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40년 동안 대구 아동복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구 동구 율하동 '베다니농원'의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본지 9월 4일자 8면 보도)도 여전하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S재단은 최근 대구시와 동구청을 상대로 시설폐쇄조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재단은 최근 대구시와의 협의에서 '대구시가 아동복지시설을 계속 운영해줄 것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 관계자는 "최근 저출산이 심각하고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노인복지사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했다."며 "베다니농원에 있는 원생들은 대구의 다른 아동보육시설로 이동시키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 보호시설이 '저출산·고령화 시대' 가속화로 철퇴를 맞고 있다. 복지사업의 최전선에 있는 보호·보육시설들이 잇따라 시설 폐쇄 방침을 내놓으면서 아이들이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특히 아동복지시설, 공립어린이집 등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던 이들 시설의 폐쇄 방침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추진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들의 한결 같은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 및 저출산. 줄고 있는 아동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어린이집 등 아동시설을 줄이고,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어 시설이 늘어도 문제가 없지만 아동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0년 전국 247곳이던 노인시설은 지난해 1천166곳으로 5배나 크게 늘었다.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도 다소 늘긴 했지만 주로 사립시설만 늘었을 뿐 공립시설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달서구는 2000년 96곳에서 올해 11월 현재 152개로 늘었지만 이 중 공립보육시설은 1990년대 이후 줄곧 5곳뿐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2000년 6만 3천113명이던 0~7세 영·유아가 해마다 줄어 2007년 6월 말 현재 3만 9천235명으로 급감했다."며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살고 있는 달서구에서도 5개 동을 제외하고는 보육시설의 신규인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보육시설이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기관의 대응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에서 저출산에 대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말만 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면서 정작 서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국·공립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 복지어린이집 한 학부모는 "저출산을 핑계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폐쇄한다는 것은 공공기관의 횡포"라며 "이럴 때일수록 서민들이 마음놓고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도록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시설을 늘려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은희 대구경북연구원 시민복지연구팀장은 "지난해 현재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의 합계출산율은 0.99명으로, 부산 0.88명, 서울 0.9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아 저출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가 주요 원인으로, 2005년 대구의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은 50.8%로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해 가정 내 보육 기능이 약화되고 있지만 대구의 경우 국·공립보육시설 비중이 1.9%로, 7대 도시 중 가장 낮아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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