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권시대 사회 갈등의 조정자 역할은 왕에게 맡겨졌다. 관리 신하들의 대립과 갈등은 물론 계급과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싸움 대신 화해로 조정하는 몫을 제대로 한 임금은 성군으로 기록됐다. 대신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증오를 키운 임금은 업적의 여하에 불구하고 역사의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숙종은 어느 임금보다 강한 왕권을 과시했다. 민생의 안정에 힘쓴 업적도 적잖다. 그러나 당파의 갈등과 대립을 화해 대신 적대로 유도, 재위기간 역사에 피비린내 나는 당쟁을 기록되게 했다. 그러나 세종을 비롯, 조선의 역사에서 성군으로 매김질된 임금은 증오 대신 화해를 자신의 역할로 선택했다.
대립과 증오의 와중에서 왕위에 오른 정조에 대한 다수의 시각은 '현실을 인정하고 포용과 화해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 한 임금'이다. 정조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버팀목을 삼고자 점찍은 노론의 명가 안동 김씨 김조순이 세도정치의 시발이 된 까닭도 결국은 조정자의 역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미국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의 한 사람인 링컨을 통합과 화해의 리더십으로 조명, 퓰리처상을 받은 '권력의 조건'이란 책은 무명의 변호사를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든 화해와 포용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경쟁자와는 승패를 떠나 우정을 맺고, 경쟁자를 자신의 핵심 동료로 삼은 링컨이 노예제를 포기하지 못하는 남부를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남부의 재기를 위해 관용의 정책을 펼친 과정을 보여준다.
17세기를 살았던 성호 이익의 붕당론은 지금도 옛말이 아니다. "열 사람이 굶다가 밥 한 그릇을 같이 먹게 되었다. 그릇을 비우기 전에 싸움이 일어난다. 말이 불순하다고, 태도가 공손치 못하다고 싸움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말과 태도 때문에 싸움이 일어났다고 여긴다. 그러나 싸움은 밥 때문이지 말이나 태도 탓이 아니다. 명분을 포장하지만 연원은 이익이다." 이것을 모르고 사람들이 가세, 싸움이 확대되면 결국 이익은 싸움을 일으킨 이가 가져간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시대 갈등의 조정자는 국민이다. 조정자의 역할은 바로 선택이다.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화해와 포용, 적대와 증오가 갈라진다. 진흙탕 싸움에서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선 눈을 크게 떠야 할 일이 아닌가.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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