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새싹들의 우리가락

입력 2007-11-22 07:51:24

며칠 전 대구북구문예회관에서 대구 태전초교와 동평초교 국악관현악단 연주회가 있었다. '초등학생들의 연주가 무에 그리 대단한가?'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가락이 차츰 빛을 잃어가는 시대에 이 연주회가 시사하는 점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인들이 가무를 즐기며 연주하던 가야금, 거문고, 대금, 대피리, 피리, 큰북, 장구, 태평소, 해금, 소금, 아쟁 같은 악기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연주하는 초등학생의 연주는 가득 메운 관객의 열렬한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서양 오페라가 무색할 만큼 어린 연주자들의 연주력에 매료되어 모두가 흥에 겨워 춤이라도 덩실덩실 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초롱초롱한 눈빛과 고운 손끝에서 튕겨나는 청아한 가락들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한 단면을 보여주었으며 연주하는 표정들이 얼마나 진지하고 대견스러웠는지 청중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다.

비록 어린 학생들이지만 의상 차림과 악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고유의 가락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 혼신의 열정을 쏟고 있는 학생들과 학교에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 싶다.

서양음악이 현대적이며 세계적이라고 생각하는 보편적인 관념 때문에 우리의 국악관현악뿐만 아니라 농악이나 사물놀이 같은 것이 우리들에게는 아직 크게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학에서도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시조가 현대시에 비해 향유 층이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락이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며 우리민족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국악, 농악, 사물놀이 그리고 우리민족의 정감이 어려 있는 시조 등이 어린 학생들에게서 활발하게 접근되고 있다.

청도 차산리에서 기원된 차산농악은 달성·신암·옥산초교에서, 한국의 전통 음악과 무용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사물놀이는 매천·도남·칠성초교에서, 비산농악은 비산·동변초교에서, 날뫼북춤은 북비산초교에서, 무령지곡은 서부초교에서, 영남사물놀이는 조야·서도초교 등 그 외 여러 지역의 새싹들에 의해서 갈고 다듬어지고 있다.

우리 대구지역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처럼 우리의 문화를 창조하고 계승·발전시켜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는 국악에서부터 농악 등과 같은 우리의 전통문화 계승에 관심을 가지고 연마하는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과감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소중한 우리의 가락을 지키고 연마하는 새싹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또한 희망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장식환(대구시조시인협회장·영진전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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