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피아프 일생 그린 '라 비앙 로즈' 개봉

입력 2007-11-21 07:03:20

'장밋빛 인생' 그녀가 돌아왔다

▲ 라 비앙 로즈
▲ 라 비앙 로즈
▲ 원스
▲ 원스
▲ 포 미니츠
▲ 포 미니츠

마음이 서늘한 계절 겨울에는 아름다운 선율로 위로받을 일이다. 아름다운 음악을 앞세운 음악영화들이 초겨울 극장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1915~63)의 삶을 영화화한다면, 그것은 자연히 음악영화가 될 수 밖에 없을 터. 영화 '라 비앙 로즈(La Vie en Rose)'는 기구한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음악으로 맺고 푸는 과정을 통해 그녀의 삶을 그려낸다.

실제 그녀는 길거리에서 태어나 한때 몸을 팔며 노래하고 네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하고 술과 약물에 빠졌다. 자살미수, 약물중독과 이브 몽탕·조르주 무스타키 등 숱한 남성과의 스캔들로도 유명했다.

거리의 가수였던 에디트(마리온 꼬띨라르)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서커스 단원 아버지를 따라 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방랑생활을 한다. 어느 날 한 유명 클럽에서 '작은 참새'란 예명으로 데뷔하고, 열정적인 그녀의 노래에 반한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녀를 발굴한 루이스 레플리가 살해되면서 잠시 시련을 겪지만 프랑스 최고의 시인 레이몽 아소에게 발탁돼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 프랑스인들은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 열정적인 무대 매너의 에디트에 열광한다. 하지만 에디트는 운명적 연인 세계 미들급 권투 챔피언 막셀 세르당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비행기 사고로 연인을 잃게 된다.

영화는 중요한 사건과 순간들을 음악으로 정리한다. 막셀과의 사랑에서는 '라 비 앙 로즈'와 '사랑의 기쁨'이, 병든 에디트가 무대에서 쓰러질 때는 '빠담 빠담'이 흘러나온다. 앞의 두 곡은 실제 피아프가 가사를 썼다. '라 비 앙 로즈'는 이브 몽탕에게, '사랑의 기쁨'은 막셀의 영전에 바쳐진 노래다. 엔딩에서는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가 흘러나온다. 22일 개봉.

독립영화 '원스(Once)'와 '포 미니츠(Four Minutes)'는 음악영화로서 국내 영화팬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얻고 있다.

1억 4천만 원 내외의 저예산으로 보름간 찍은 이 독립영화 '원스'는 현재 전국 15만 관객을 돌파한 데다 이 영화 OST 앨범은 무려 1만 5천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의 힘이 '음악'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남자가 장미를 파는 여자를 만나 음악적인 교감을 나누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글렌 한사드)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녀(마르게타 이글로바)가 그 목소리에 매료되고, 그의 노래 안에 떠나버린 옛 여인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녹아 있음을 느낀다.

베이시스트 출신의 존 카니 감독과 영국의 실력파 인디밴드 더 프레임즈의 리드 보컬인 글렌 한사드, 그리고 더 프레임즈의 게스트로 앨범작업을 함께 한 체코 출신의 어린 소녀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주인공으로 참여, 뮤지션 출신의 감독과 주인공들이 최고의 음악영화를 탄생시켰다.

라디오와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려진 'Falling Slowly' 'If You Want Me' 등의 삽입곡은 관객들에게 가을에 어울리는 울림을 선사한다.

'포 미니츠' 역시 '독일에서 날아온 음악영화'를 넘어서는 절절한 감동을 주고 있다는 입소문이다.

이 영화는 회색빛 교도소 안에서 펼쳐지는 실존했던 피아니스트 거트러드 크뤼거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그녀는 나치 치하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이후 60여 년간 여자교도소를 오가며 피아노 레슨을 통해 스스로 속죄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는 자신과는 닮은 듯 상반된 캐릭터의 제니를 만나게 된다. 제니는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는 문제소녀. 난폭하고 골칫거리이지만 피아노연주에 있어서만큼은 천재다. 그녀의 재능을 눈여겨본 크뤼거는 교도소에 사정해 콘테스트 참가 허락을 받아내고, 제니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제니를 시기하고 방해하는 세력들로 인해 연습은 순조롭지 못하지만 결국 두 사람의 열정과 끈기로 제니는 당당히 본선에 오른다. 마음을 닫아둔 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제니는 크뤼거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쌓여온 상처에 대한 아픔을 토로하며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간다.

이 영화는 피아노 연주를 다루고 있는 만큼 다양한 연주가 등장한다.

모차르트로 시작해 베토벤, 슈만으로 이어지는 클래식 명곡들은 음악감독 앙떼 포크의 감각으로 파격적인 멜로디로 거듭난다. 특히 제니의 힙합, 재즈가 뒤섞인 즉흥 연주들은 정적인 화면에 색다른 기운을 불어넣는다.

'라 비앙 로즈'는 개봉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며 '원스'와 '포 미니츠'는 동성아트홀에서 19일부터 12월 4일까지 상영된다. '포 미니츠'는 다음달 열리는 롯데시네마 삼색 영화제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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