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했던 유류세 일괄 인하가 일단 물건너갔다. 당정이 지난주 발표한 고유가 대책은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등유와 가정용 LPG, 취사난방용 LPG 등에 대해 30% 탄력세율 적용, 기초생활수급자 최저생계비 1만5천 원 인상과 겨울철 3개월간 난방비 7만 원을 지급기로 하는 데 그쳤다. 이번 대책으로 1조775억 원의 지원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핵심이 빠진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감안한 휘발유 가격은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 30.8, 미국 15.0이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일본보다 3배, 미국보다 6배 이상 비싼 셈이다. 주범은 역시 유류세이다.
정부는 판매가격의 60%에 육박하는 유류세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소득 대비로 볼 때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금인하가 유류소비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자동차가 필수 생활수단으로 정착된 마당에 유류절감만을 호소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지 못하는 속셈은 결국 세수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세금은 11조 원이나 넘게 걷혔다. 기형구조의 유류세를 10% 낮춘다 해도 그 5분의 1 수준인 2조 원 안팎이 줄어들 뿐이다. 더구나 공무원 수를 마구 늘려 세금을 축내고 공기업 등의 방만한 경영으로 혈세가 낭비되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는 정부의 외고집은 이해할 수 없다.
이젠 정치권이 대선을 앞둔 인기몰이 전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다는 진정성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직까지 견딜 만하니 몸으로 견디라.'는 것도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재숙(대구 달서구 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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