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만든 보조개 사과' 탄생의 비밀은?

입력 2007-11-20 09:10:04

태풍 피해 사과가 '합격 사과'로…1991년 日 아오모리현서 선풍적

우리가 즐겨 먹는 아오리사과(쓰가루)를 처음으로 육종한 곳인 일본 아오모리현에 1991년 큰 태풍이 몰아닥쳤다. 사과 수확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 찾아온 태풍으로 이 지역 과수원은 쑥대밭이 됐다. 전체의 90% 사과가 땅에 떨어졌다. 많은 농민이 망연자실한 채 떨어진 사과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한 남자는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강풍을 이겨내고 나무에 여전히 달려있는 10%의 사과를 어떻게 팔까?' 그의 고민은 마침내 이 지역 사과판촉위원회 발족으로 이어졌고, 사과상자마다 이런 문구가 붙게 됐다. '풍속 53.9m의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합격사과'

이 브랜드로 출시된 사과는 대학입시 합격 부적으로 돌변하며 수험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상가의 10배나 넘는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으며, 그 이듬해에도 수험생이 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행운의 사과가 됐다.

지난여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우박으로 피해를 입은 사과에 붙여진 '하늘이 만든 보조개사과'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우박 피해로 우리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지난 8월, 농협 경북지역본부 김유태(52) 경제부본부장의 머릿속에 16년 전 일본 아오모리현 사과농민들의 현명한 대처법이 떠올랐던 것.

"10여 년 전 일본 사과농민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우박사과에 걸맞은 예쁜 이름을 지어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3일 동안을 머리를 싸맸지만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지요."

김 부본부장은 결국 800명이 넘는 경북농협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박피해사과 이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게 했다. 곧 '우박사과', '우박이긴 사과', '하늘이 주신 선물 우박사과', '못생겨도 맛있는 우박사과', '우루루 박터진 사과', 대박 맞은 사과' 등 기상천외한 이름들이 쏟아졌다.

"이름은 많은데 썩 당기는 것이 없어 청송에서 가져온 우박 맞은 사과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과가 사람의 얼굴로 변하더니 우박 맞은 상처가 꼭 보조개가 들어간 것처럼 보였어요." '하늘이 만든 보조개사과'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 부본부장은 "10여 년 전 일본에서 벌어졌던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합격사과'의 선풍적 인기가 우리 보조개사과에 고스란히 옮겨져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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