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한때 1,840선 붕괴' 파랗게 질렸다

입력 2007-11-20 09:23:57

펀드까지 환매 줄이어 당분간 하락장세 전망

우리 증시가 두달 여만에 코스피지수 1,900고지를 내줬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60일 이동평균선인 1,939선을 완전히 이탈, 향후 증시가 더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수가 하락한날, "이때다."라며 대기수요자들이 몰리면서 펀드 가입이 급증하던 현상이 최근 몇달간의 추세였지만 1,900이 무너진 19일엔 펀드 가입마저 뜸한데다 환매액도 많았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급격하게 움츠러들고 있는 것이다.

◆환매할까요?

국민재테크로 성장한 '펀드' 가입자들 때문에 은행 및 증권사 직원들의 전화기는 지수가 크게 하락한 19일 하루종일 울어댔다.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내 펀드 괜찮은가요? 지금 환매할까요."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댄 것이다.

"오늘 하루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신이 없을만큼 많은 전화가 왔습니다. 불안이 커지긴했지만 지금은 기존 가입자들이 급격한 환매를 자제하는 것이 맞습니다." (대구시내 한 증권사 직원)

이날 대구은행의 경우, 하루동안 펀드 신규 가입액이 140억 원, 환매가 70억 원에 이르렀다. 대구은행의 이날 환매액은 평소(50, 60억 원)보다 다소 많은 편. 대구은행의 펀드 신규 가입도 많은 날은 400억 원에 이르고, 평균적으로도 200억 원 안팎이지만 이날은 가입액이 다소 떨어졌다.

양인식(대구은행 제휴사업부) 부부장은 "적립식은 주가 하락에도 큰 영향이 없지만 거치식 펀드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거치식 투자자들이 가장 움츠러들고 있다."고 했다.

◆1,800대 초반까지 하락(?)= 코스피지수는 지난 9월 18일 이후 두 달 여 만인 19일 1,800대로 복귀했다. 거래량도 급감, 지난 6월 28일 이후 가장 저조한 2억 8천600만 주를 기록, 암담한 시장상황을 반영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1천805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면서 지수하락을 부추겼다. 그동안 지수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기관은 24억 원의 순매수를 하는 데 그쳐 지수를 지켜내지 못했다. 개인은 884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19일 코스피지수가 1,893선까지 밀린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60일 이동평균선의 이탈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적 분석에서 이동평균선은 중요한 지지선 역할을 하는 데 60일 이동평균선이 깨진 이상, 지수는 그 다음 지지선인 120일 이동평균선(1,850선)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는 것.

주가 하락의 원인과 관련, ▷다시 불거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중국의 긴축정책 채택 가능성 ▷고유가 ▷증시 수급여건 악화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새벽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가 13,000밑으로 떨어지면서(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5% 떨어진 12,958.44로 마감) 우리 증시도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증시 하락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나?= 홍영기 CJ투자증권 이사는 "일단 1.900이 무너짐으로써 그동안 유지해온 등락의 틀을 이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더라도 1,850에서는 지지선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증시에 투자심리가 냉각되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지표를 통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이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당분간은 내수주와 경기방어주 중심의 시장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증시 주변에서는 "지금 '저가 매수'보다는 현금확보가 더 중요한 것 같다."라는 말도 터져나오고 있다.

펀드 투자자들과 관련, 양인식 대구은행 부부장은 "주식시장의 불안정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펀드 투자자들, 특히 거치식 투자자들은 종목과 투자지역, 시간 등 3가지 요소를 모두 감안해 분산투자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하락 장세에서 손해를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부부장은 그러나 시중 자금이 갈데가 없는 상황에서 '펀드런(급격한 펀드 환매가 일어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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