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남편의 깜짝 '여행선물' 너무 고마워

입력 2007-11-17 07:01:50

마흔 중반이 넘은 나이로 사회 생활한다고 직장을 가졌습니다. 나 자신의 자아를 찾는 일에 나도 힘들었지만 가족 모두의 배려와 희생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전업주부일 때와는 달리 항상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자투리 시간조차도 가사 일을 해야 하기에 일주일이 번개처럼 지나가고,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아 휴일이면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렇게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은 모래알처럼 다 빠져나갔습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걸 보며 '이렇게 한해가 가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 안에서의 시간이 갑자기 허무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바로 이신전심 인지, 어찌 내 마음을 알았는지, 신랑이 가을 바다로 여행을 시켜주었답니다. 그것도 친정 부모님까지 모시고 말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려 포항의 바닷가에 도착하여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니, 가슴 한 곳이 시원해졌습니다. 가족들과 이렇게 시외로 나와본 지가 몇 년 만인지, 낙엽 밟는 소리를 듣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가을 바다에 와 보니 여름, 겨울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리 친정 동생들과 연락을 취해 방을 잡아두고 깜짝 여행을 계획해준 신랑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여행을 떠나보심 어떨까요. 내가 먼저 가본 우리나라의 가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송경진(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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