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지리산 단풍 보며 되새긴 가족사랑

입력 2007-11-17 07:02:27

만추의 계절이다. 도심에서도 가을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굳이 우리 가족은 날을 정하여 길을 떠났다. 전라도 노고단으로 행선지를 정하여 홀로 사는 삼촌을 모시고 길을 나섰다. 늦가을의 소소한 정취가 가는 곳마다 묻어났다. 지금쯤 북부 강원지역은 낙엽이 지고 만지면 바스락 소리가 나겠지만 남부는 가을정취가 한참이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목길목이 모두 엽서처럼 아름답지만 역시 산허리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절경이다. 그냥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사람도 단풍도 모두 울긋불긋해서 가을 속에 모두 동화되어 물든 듯했다. 내 엉킨 마음도 그만 탁 풀어지는 것 같다.

사실 이번 가을여행은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었다. 지난 2년을 두고 사랑하는 할머니와 아버지를 연달아서 먼 곳으로 보내고 우리들은 미처 슬퍼하고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왔다. 그런 만큼 이 가을의 짧은 여행은 남은 가족이 아픔을 함께한다는 더 큰 의미도 실려 있었으므로 남다른 뜻이 있었다. 일찍 출발했지만 워낙 행선지가 길고 산행을 겸했으므로 하루해가 짧았다. 오는 길목에 할머니가 생전에 들르시곤 하셨던 절인 '실상사'도 갔었다. 크지 않고 고즈넉한 들판에 있는 실상사는 촌색시처럼 순박해 보이는 신라시대의 고찰이었다. 홀로 계시는 작은 삼촌이 호박죽을 좋아하시는지라 먹을거리로 늙은 호박도 사드리고, 따뜻한 국물을 먹으면서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다본다. 눈이 시리도록 높은 저 하늘과 저물어가는 가을여행이 우리 가족들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힘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비록 사진기에 담지는 못했지만 이 늦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가슴으로 가득 담아온 뜻깊은 가을여행이었다

노재현(대구시 서구 중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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