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커피기행

입력 2007-11-17 07:02:56

커피기행/ 박종만 지음/효형출판 펴냄

사람들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것 중 하나가 커피다. 손님이 오면 으레 커피를 내놓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일상의 풍경이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시기는 대략 100여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1895년 을미사변 때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고종 임금에게 러시아 공사 웨베르가 커피를 권했다고 한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1년에 6천억 잔 이상 소비되고 있으며 국제 무역시장에서 원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교역량을 차지하고 있다. 석유가 산업의 동력이라면 일상의 윤활유는 커피인 셈이다.

이 책은 커피박물관 관장이 쓴 '커피 로드'에 관한 기록이다. '커피 로드'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커피가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까지 퍼져 나간 길을 가리킨다. 이 땅에서 커피나무 재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저자는 우리 커피문화를 한단계 높이기 위해 북한강변에 커피박물관을 열고 커피역사 재조명에 노력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된 커피문화의 흔적을 되짚어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커피 문화를 뿌리 내리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첫걸음으로 커피의 기원과 초기 전파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커피탐험대를 결성, 지난 2월 아프리카로 떠났다.

커피탐험대의 경로는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고급 원두커피 산지 케냐와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를 거쳐 지부티, 예멘, 터키로 이어진다. 에티오피아는 8세기경 야생커피가 최초로 발견된 지역.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아리비아반도 예멘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재배되었고 술을 금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는 성스러운 음료로 애용되기 시작했다.

커피탐험대는 아프리카 최고 품질의 커피를 생산하는 케냐 커피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이자 20세기 초, 커피농장으로 성공을 꿈꾸었던 덴마크 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흔적을 살펴본다. 또 19세기 말 랭보가 낙타 캐러밴으로 커피를 실어 나른 길을 따라 사막과 홍해를 건너 예멘의 모카항으로 향한다. 홍해와 걸프해가 만나는 모카항은 17세기 이전까지 유럽의 모든 커피를 수출하는 곳이었다. 오늘날 '모카'는 커피를 알리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지만 예멘에서 더 이상 커피의 영화는 찾을 수 없다.

커피탐험대는 23일 동안 각지를 순례하면서 커피를 재배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 된다. 100㎖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 약 100개의 커피콩이 필요하다. 커피콩 100개의 현지 가격은 대략 10원.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잔 가격 중 1%도 안되는 돈만이 소규모 커피농가의 몫으로 돌아간다.

선진국에서 소비하는 최고급 아라비카 원두의 주요 생산지인 동아프리카는 21세기에도 제국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커피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그윽한 커피 향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짙으며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터키 속담처럼 커피에는 삶의 희노애락이 모두 드리워 있다. 224쪽, 1만 3천 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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