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 김광태(33'참품한우 성서점'대구점 총괄 매니저)씨가 하루에 처리하는 소고기량은 700∼800kg짜리 소 2마리 분량이 넘는다. 고기에서 뼈를 발라내고, 지방을 쳐내고, 부위별로 구분해 떼어내고, 요리 성격에 맞게 자르는 일이 그의 일이다.
20대 초반에 '고기 만지는 일'을 시작했으니 얼추 10년 됐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 중에는 젊은 사람이고, 아주 일찍 시작한 편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처리한 소고기는 얼마나 될까. 6,7년 전부터는 하루 1마리 이상을 처리했으니 그의 손을 거쳐간 소는 수천 마리나 된다.
김광태 매니저는 20대 초반 지역 축협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고기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관리직이었다. 그러다가 칼을 잡게 됐고, 조금씩 일을 돕다보니 적성에 맞아 '육부(肉夫)'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몇 년 만에 내로라 하는 '육부'가 됐다. 참품한우측은 그의 실력을 높이 샀고, 그는 '참품한우'가 취급하는 소고기의 품질에 끌렸다.
육부(肉夫)라면 우락부락한 얼굴, 거칠고 두툼한 손, 커다란 덩치, 큰 목소리를 연상하기 십상이지만 김광태씨는 낮은 목소리, 남자답지 않게 부드럽고 작은 손, 좀 마른 몸매, 온화한 낯빛을 가졌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육부'의 이미지와 다르네요' 라고 했더니,
"고기 다루는 일은 손이 부드럽고 섬세해야 합니다. 칼로 고기를 자르는 걸 연상하니 거칠게 생각하지만 손을 거칠게 놀리면 고기맛이 떨어집니다. 고기에 칼을 댔을 때 '고기의 성질'을 금방 알아차릴 정도로 예민한 손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손재주도 있어야 하고요."라고 직업적 특성을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장에는 식칼 8개, 뼈를 자르는 골절기, 고기를 자르는 육절기와 도마가 있었다. 칼은 모두 8개지만 3종류다. 큰칼, 중간칼, 작은칼. 역설적이게도 큰칼을 국거리용으로 잘게 자를 때, 중간 칼은 로스와 구이용을 자를 때, 작은칼은 뼈를 발라낼 때 쓴다. 큰칼이 가장 작은 일을, 작은칼이 가장 큰일을 하는 셈이다. 거칠어 보이는 육부의 일이 사실은 섬세하다는 점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참품한우 식당을 찾는 손님뿐만 아니라 '고기 맛이 좋다.'며 일층 식육점으로 찾아와 고기를 사가는 손님들도 많았다.
"고기 맛은 결과 두께뿐만 아니라 칼로 쓰는 손맛과 정성이 좌우합니다. 무심한 손으로 쓸면 무심한 맛이, 정성을 담아 쓸면 깊은 맛이 나는 법입니다."
물론 고기 맛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육질이다. 그러나 칼 잡은 사람이 들이는 '정성의 맛'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광태 주방장은 "고기 맛이 좋다며 손님들이 또 찾아오실 때 행복합니다."라고 했다. 그는 10년 경력이 무안하다 싶을 정도로 '느리게' 고기를 잘랐고, 그의 칼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참품한우 김광태 주방장
쇠고기 맛있게 요리하기.
△ 결의 반대방향으로 썰어라=쇠고기는 부위별로 결이 다르다. 결의 반대방향으로 쓸어야 고기 맛이 살아난다.
△ 질긴 고기=칼을 넣었을 때 질긴 고기는 곰탕이나 조림으로 쓰는 게 좋다. 질겨서 먹기 힘든 고기를 조림이나 곰탕으로 쓰면 오히려 깊은 맛이 난다.
△ 국거리=주부 자신의 솜씨가 뛰어나지 않다면, 식육점 전문가에게 썰어달라고 하는 게 좋다. 국거리는 대충 썰어도 될 것 같지만, 써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 갈비살 두께=2,3mm가 적당하다. 너무 얇으면 고기 맛이 덜 날뿐만 아니라 눌어붙는다. 또 두꺼우면 안이 너무 안 익는다.
△ 곰탕'수육=수육을 만들 땐 밥을 할 때처럼 뜸을 들여야 한다. 펄펄 끓을 때 불을 약하게 해서 1시간 이상 뜸을 들여야 한다. 소머리를 삶을 때도 같은 방식이다. 곰탕을 할 때는 1차 삶기로 피를 뺀 후 2차 삶기를 해야 한다. 찬물에 종일 담가두는 것보다 한번 삶아내는 게 피를 빼는데는 효과적이다. 1차 삶기는 끓을 정도면 되고, 2차는 끓고 1시간 이상 약한 불로 뜸들이기를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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