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첫 수능 문제점은?…선택과목따라 유·불리 불가피

입력 2007-11-15 10:45:06

응시생 숫자 최고 10배차이…점수 분포 차이날 듯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학입시에 미치는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2008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수능 9등급제가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 수립과 고교의 진학지도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험생들이 수능 성적표를 받는 12월 12일까지는 영역별 등급을 추정할 수 있는 응시자 점수 분포나 평균 점수, 표준편차 등에 대한 정보가 일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고교들은 일단 전년도까지의 학교 성적과 이번 수험생들의 가채점 결과를 비교해 점수 분포, 등급 구분선 등을 추정, 수시 2학기 전형 참가 여부와 정시모집 지원 대학 상담 등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정보 부족에 따른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옥정윤 대륜고 진로상담부장은 "영역별 응시집단의 특성과 점수 분포 등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지난 3년 동안의 학교 성적, 모의평가 성적 등과 비교해 감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지원할 대학군별로 구분해 지도할 예정이지만 등급제가 주는 부담이 적잖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등급 문제에 많이 신경을 써서 출제했다고 15일 밝혔지만 수험생들의 선택 과목이 각기 다른 사회·과학탐구의 경우 모집단의 크기나 특성 등이 확연히 달라 상대적인 유·불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성용 경신고 연구부장은 "선택과목별로 응시생 숫자가 10배까지 차이가 나는데다 국사처럼 서울대가 지정한 과목은 상위권 수험생이 많이 응시하기 때문에 점수 분포가 다르다."며 "응시생이 적거나 난이도가 특히 낮은 과목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리영역 역시 가형과 나형 사이의 불균형이 올해 수능에서도 해소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등급제가 되면서 표준점수 유·불리는 사라졌지만 나형에 응시생이 몰려 높은 등급을 받기가 쉬운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것.

수능 후 사설 입시기관들이 앞 다퉈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점수 분포나 등급 구분선 등 추정 자료도 신뢰도가 낮아 오히려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입시기관들마다 전국에서 수만 명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떠들지만 가채점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는데다 인터넷 설문 등은 더욱 부정확하기 때문에 믿을 게 못 된다."면서도 "하지만 수험생들이 여기에라도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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