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끌어안기' 李·昌 행보 닮았네

입력 2007-11-14 10:17:57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2일,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는 13일 하루 차이로 대구·경북를 찾았다. 최대 텃밭으로 여기는 두 지역을 찾은 후보들의 행보는 비슷한 듯하지만 달랐고, 또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한 것 같았다. 두 후보들이 찾은 곳과 내세운 말 등을 통해 그 속에 닮긴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닮은 점, 박근혜 의식한 '박정희 마켓팅'

두 후보의 지역방문 첫 출발은 구미 상모동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이는 박 전 대통령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방문했다고 하나 정치적 관점에선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생가내 박 전 대통령·육영수 여사 영정사진 옆으로 우측에는 이회창, 좌측에는 이명박 후보의 화환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두 후보 모두 박 전 대통령의 경제업적을 찬양하고 이 땅의 산업화를 앞당긴 점을 찬양한 것도 '경제'라는 화두를 강조하면서 지역민의 박 전 대통령 향수를 그대로 표심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있다. 박 전 대통령을 활용한 일종의 '정치마케팅' 전략으로, '경제'와 '보수'라는 대선요소를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대구에서는 두 후보 모두 대구상공회의소를 찾아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 살리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는 대구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국가산업단지조성(이명박)과 세계 속으로 뻗어갈 공항 건설(이회창) 등을 약속하며 경제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다른 점, '젊은 층' VS '노년 층'

두 후보 모두 보수진영을 대변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간격으로 지역을 찾은 두 사람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이명박 후보는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대구 도심인 동성로에 들렀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대구 최대 재래시장이자 대구의 정치풍향계라는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경제인들을 만난 뒤 곧바로 대구지하철 2호선을 탔다. 지하철에서 만난 대학생들에게 즉석에서 정책 건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과 만나니까 밝고 활달해 좋다."며 젊은층을 겨냥했다. 이어 동성로에서도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누며 젊은 분위기를 즐겼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서문시장에 도착하자마자 힘을 받는듯 했다. "대구는 힘의 원천"이라며 기염을 토한 그는 1천여 명의 인파가 육교, 건물 등에서 손을 흔들어주며 환호하자 표정이 고무됐다. 상인들과 악수하는 속에서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쟁점사항 '대운하와 대북정책'

일부 공약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서로 다른 시각이 극명하게 노출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12일 "대운하가 지나는 주변지역은 큰 혜택을 본다. 특히 대구에 내항이 건설된다."고 홍보했다. 이회창 후보는 그러나 "아니다. 주변지역에 큰 환경재앙과 국가적 비용 손실이 올 것이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운하건설에 반대한다."며 "여러가지 연구를 많이 했겠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토목공사"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이명박 후보의 대북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비판발언의 요지는 이 후보가 대북정책에 대해서 오락가락한다는 것.

이명박 후보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유연한 대북 정책을 주장한 반면, 이회창 후보는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국가정체성 확립, 엄격한 상호주의 등을 주장했다.

◆두 후보 캠프 측이 본 민심, '지역민은 우리편'

두 후보 모두 대구·경북 민심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자신했다.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지지발언으로 대구·경북 민심의 큰 줄기를 잡았다고 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에서 당의 정통성을 잇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승결의대회에서 강재섭 대표가 연설 도중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을 단상에서 소개한 것이나 박 전 대표 측근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것도 지역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회창 후보 측은 "나라의 정신적 품격을 생각하는 지역민들에게서 가능성을 봤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의 이혜연 대변인은 "계란 투척 세례까지 받았지만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며 "지역민이 바라는 것과 이 후보가 추구하는 방향이 거의 일치해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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