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을 선언했다. 대선 후보 단일화에도 합의했다. 합당에 따른 실무적 절차는 일사천리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140석 정당과 8석 정당이 '당 대 당'으로 통합한 목적은 오로지 범여 지지층 결집이다.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두고 현재 같은 대결구도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인 것이다.
어제 합당 4자 회동을 이끈 정동영 후보는 4년 2개월 전 자신들의 집권 모태인 민주당을 깬 장본인이다. 민주당을 '호남당'이라며 박차고 나와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다. 지역주의 탈피가 이유였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인기가 추락하자 또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앞장섰다. 그리고 다시 안 볼 것 같이 걷어찼던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그 탈당과 창당의 어지러운 이합집산에서 쏟아냈던 현란한 명분이란 것들은 되돌아볼 가치도 없다. 국민을 우롱한 虛言(허언)일 뿐이다.
이번 합당은 당명을 가칭 통합민주당으로 정한 것에서 보듯 지역주의 회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 채이고 난 후 호남을 사수해 각종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이 지역 맹주를 자처해 온 정당이다. 신당은 그 점 때문에 8석짜리 민주당의 간판을 다는 대가로 50% 지분을 선뜻 건네준 거다. 지난 6개월 동안 3번의 합당, 4번의 창당은 모두 지역주의로 돌아가기 위한 쇼였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에 이렇게 난잡하고 명분 없는 합당이 또 있었나 싶다. 과연 대선 승리에만 눈멀어 급조한 합당이 얼마나 갈 것인가. 서로 '지역주의 정당' '국정실패 세력'이라 물어뜯다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꿨으니 한목소리를 낸들 믿음이 가겠는가. 통합민주당이 내놓을 어떤 정책, 공약도 입에 발린 소리라는 생각부터 갖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제멋대로 정치행로가 그렇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