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이 또 말썽이다. 이번엔 '삼성 떡값'이다. 떡값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부패 관행이다. 興宣大院君(흥선대원군) 이하응은 당시 세도가 김병국의 집에 문상을 가서 설이 다가와도 차례 지낼 돈이 없다며 藥債錢(약채전)을 얻어 썼다. 약채전은 남에게 빚진 약값을 갚기 위해 모아둔 돈이란 뜻이나 지방 수령들이 세도가에게 상납한 '떡값'이었다.
조선 세종 때 직업이 '宰相(재상)'이었던 황희도 떡값 수수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나 세종은 서얼 출신인데다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는 이유로 그를 계속 중용했다. 조선조 이후 우리 사회에서 떡값으로 대표되는 뇌물수수 관행이 정착된 것은 5'16군사쿠데타 이후라고 한다. 경북도의회의 한 원로 도의원에 따르면 3공화국 이전까지 접대는 거의 술과 여자로 끝났다. 그러나 군인들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술 접대에 이어 떡값 봉투가 따라붙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삼성그룹이 법원'검찰과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을 상대로 떡값을 뿌리며 불법 로비를 일삼았다는 고발은 외환위기 이후 '金力(금력)'이 확실히 권력의 우위에 섰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 등 의혹 대상자들은 떡값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를 폭로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뇌물수수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쨌든 청와대는 또다시 인사검증 시스템 부실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도 잘못한 게 무엇이냐고 강변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는지도 모르면서 큰소리를 쳤으니 무능하단 소리를 듣는 것이다. 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 :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며 고담준론을 일삼는 사이, 대붕의 발목 밑은 썩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삼성 떡'은 먹어도 체하지 않았다. 그래서 안심하고 먹은 이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변호사 출신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이젠 삼성 떡도 맘놓고 먹을 수 없게 됐다. 삼성 떡값 로비의 실체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가장 비싼 떡이 공짜 떡'이란 사실을 모든 공직자들이 되새기고 있었다면 떡값 때문에 가슴 졸일 일은 없을 터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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