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1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동안 상당수 정치세력이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위한 비전보다 말과 돈, 조직으로 표를 사고, 이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교수의 정치참여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상아탑에서 고고한 학문을 닦고, 풍부한 이론을 갖췄더라도 그것이 후학을 통해서나 정치적 활동을 통해 사회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모래성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면에서 자신의 학식이나 이론을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수하는 교수뿐 아니라 직접 현실정치에 접목해나가는 교수도 우리 사회는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교수의 정치참여가 바람직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교수'가 아닌 정치적으로 필요한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 유용한 학문적 이론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바른 지식의 전파가 바른 사회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설익은 이론이나 사이비 지식을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할 경우 사회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불행만 안겨다 줄 것이다. 우리는 교수라는 명패만 달고 국민과 정치를 희롱해온 '정치교수'들을 종종 봐왔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론과 지식을 갖춘 교수는 또한 이를 사회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뚜렷한 정치적 신념을 가져야 한다. 정치적 지향 없이 자신의 이론과 지식을 이 당, 저 당에, 아니면 아무렇게나 사고파는 '장사꾼'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이론을 제대로 펴기 위해서는 그 신념에 맞는 정당에 가입하거나,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뚜렷하게 표명하는 것이 정당하다.
교수로서의 신분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면 그 신분을 과감히 던지거나, 아니면 학자로서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왜냐하면 학문활동을 통해서도 충분히 자신의 지식을 사회에 전파할 수 있고, 유용한 지식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최고 책임을 져야 할 총장이 그 자리를 유지하면서 공개적인 정치활동에 뛰어드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탄탄한 지식, 확고한 신념이 깔렸다면 이를 사회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정당한 활동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중립을 가장해 특정 정치세력을 비방하거나, 국회나 정권에서 한자리 얻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거래하는 꼼수를 기존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자신의 지식을 특정 후보의 구미에 맞도록 짜맞추거나, 당선 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불나방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교수'는 사회는 물론 대학 강단에서도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교수의 정치참여가 필요하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방식이 또 다른 '정치꾼'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지역과 대학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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