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지구를 떠나며

입력 2007-11-13 07:49:48

명수와 철수가 지구를 떠난다고…

유성우가 쏟아지는 밤. 말썽꾸러기 둘이 지구를 떠날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회관에 버려진 냉장고를 비행선 동체로 삼고, 동장이 보내 준 무선 리모컨 달린 선풍기를 프로펠러 대신 달았다. 비행기에 매단 비치파라솔이 이륙과 동시에 활짝 펴지면 글라이더처럼 비행할 것이다. 비상식량으로 라면 30봉지도 준비했다. 이제 비행기를 실은 리어카를 비탈길에서 굴리기만 하면 된다. 비행이 실패하면 비탈길 아래 퇴비 더미에 곤두박질치는 신세가 되겠지만.

사촌 형제간인 명수와 철수는 학교, 동네에서 알아주는 '나쁜 녀석들'이다. 엄마가 없는 둘은 아버지로부터 두들겨 맞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재혼한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지구를 떠날 것을 결심한다. 아이다운 상상력과 기발한 도전에 웃음이 픽픽 터지는 것도 여기까지. 지구를 떠나기 전 남긴 편지글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교장실 유리창을 돌멩이로 깬 것이나 공작새 꽁지를 모두 뽑은 자기들이지만, 선생님이 엄마 없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고백한다. 아버지와 엄마에게 남긴 편지글은 콧날을 시큰하게 만든다.

'아버지, 술 너무 많이 먹지마. 내가 지구를 벗어나면 엄마가 계신 천국을 꼭 찾아볼거야. 교회 열심히 다녔으니까 엄마는 하느님하고 함께 있겠지. 아버지도 내 걱정, 엄마 걱정 하지 말고 결혼해.', '엄마, 올 추석에는 오지 마세요. 나도 이제 3학년이에요. 아버지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병원에 가야 한대요. 엄마, 저는 오늘 달로 갈 생각이에요. 거기 가면 엄마가 사시는 서울도 내려다볼 수 있겠지요.'

어린이를 위한 자기계발서나 글쓰기·공부 비법류의 책이 서점가에 쏟아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아이다운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처지가 다른 사람에게 가져야 할 이해심, 연민 같은 여리고 아름다운 마음은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 줄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책 '지구를 떠나며(이혜다 외/푸른책들 펴냄)'는 부모의 이혼, 황혼 결혼, 장애, 따돌림, 유기견 등 다양한 글감을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책 읽어 주는 아줌마'는 맞벌이 부모와 사는 한 소년의 얘기다. 기범이는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에 매달려 지내다가 어느 날부터 아랫집 아줌마가 읽어 주는 동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야기에 흠뻑 빠진 기범이는 호기심에 이끌려 몰래 아랫집의 우편함을 뒤지다가 동화작가인 아줌마의 동화 출간을 거절하는 출판사의 편지를 보게 된다. 기범이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반 친구들에게도 해 주고 기범이네 반 친구들은 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작전을 꾸미게 된다. 이외에도 정신지체아가 주인공인 '바보 문식이', 황혼 결혼을 다룬 '할머니의 남자친구', 다른 여자가 생겨 이혼한 아버지를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소년이 등장하는 '짬뽕, 미키마우스 그리고…' 등 총 9편의 글을 담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지구를 떠나며'에서 주인공인 철수와 명수는 왜 지구를 떠나려고 했을까. 엉뚱한 비행이 실패한 다음 둘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책 읽어주는 아줌마'에서 출판사는 아줌마가 쓴 '나모의 모험'을 거절하고 외국 베스트셀러를 출간한다. 그런데 기범이는 왜 나모의 모험이 베스트셀러보다 재미있다고 생각했을까.

3.'할머니의 남자친구'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할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괴짜 할아버지다. 내 할머니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