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박정희 탄신 90주년에…

입력 2007-11-12 11:05:15

모레 14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일이다. 생존해 계셨다면 91세, 탄신 90주년인 셈이다.

웬만큼 정치적 분위기나 정권의 색깔이 反朴(반박) 성향이 아니었다면 그의 치적으로 보아 축제 정도의 큰 잔치가 열릴 만한 날이다. 비록 그의 생애에서 독재적 요소가 있었다 해도 이 민족과 국민 소득 1만 5천 달러의 준선진국을 이뤄낸 치적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그의 탄신 90주년이 너무도 초라하게 보내지는 것 같다. 그의 통치 시절 유럽에 건너가 당시로는 반체제 운동권 성향으로 치부됐던 작곡가 윤이상의 탄신 90주년 때(지난 9월) 고향 통영과 일본 등 4곳에서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린 데 비하면 더욱 그렇다. 윤이상 경우 좌파 운동권 성향으로 인식됐던 정치적 평가를 떠나 음악적 치적으로는 거창한 90주년 생일床(상)을 받을 만도 하다. 그렇다면 경제적 治世(치세)로 민족과 국가를 질곡에서 구해낸 지도자로서의 박 전 대통령의 치적 또한 큰 생일상을 받고도 남을 만하지 않겠는가.

고 박 대통령도 생애 자신이 작곡하고 작사한 두 편의 曲(곡)을 남겼었다.

'나의 조국'과 '새마을 노래' 두 편이다. 그래서 대구 경북 지역의 몇몇 성악가와 작곡가 등이 호주머니를 털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90주년을 기념해 축하음악회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정부의 지원은 단 한 푼도 없다. 박정희 시대 그분의 은혜를 입고 잘나갔던 사람들의 후원금 또한 한 푼도 없다. 그저 고만고만 먹고 살 만한 음악인들끼리 모여 성악이나 작곡 같은 타고난 재주를 봉헌해 음악회를 꾸렸다. 피아노 대여 비용까지도 그들이 냈다.

그날 축제 마지막 무대에서 합창하기로 한 노래는 '나의 조국'과 새마을 노래.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작곡하고 작사한 遺作(유작)이다.

'백두산의 푸른 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한라산의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다/ 무궁화꽃 피고 져도 유구한 우리 역사/ 굳세게도 살아왔다 슬기로운 우리 겨레/ (중략) 영광된 새 조국의 새 역사 창조하여/ 영원토록 후손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세 (2절 생략)'

민족정신과 자주 국방, 끈질기고 슬기로운 국민성에 대한 신뢰, 그리고 후손과 미래를 위한 창조적 소명 등 그의 통치 철학과 애국심이 구구절절 담겨있는 가사다. 애국 충정의 노래를 작곡하고 노랫말을 지어내고 詩(시)를 쓴 서정적 인간미를 지녔던 救國(구국)의 인물에게 이 정권은 정적(DJ)을 죽이려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했다는 등의 모독적 누명이나 씌웠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몇몇 이해 당사자의 입에만 의존해 한 인간에게 몰매를 가하는 것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이고 화해인지 되물으며 제안한다. 가난한 음악인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박정희 탄신 90주년 음악회에 와서 나의 조국을 한 번 들어보라고.

박정희 음악회에 와봐야 할 사람들은 그들뿐 아니다. 대선 판에서 꿈같은 兆(조) 단위 공약들을 제 호주머니에서 꺼내줄 듯 남발하며 표에만 눈이 멀어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는 사람들도 나의 조국을 들어보라. 누가 兆 단위의 공약을 아이들 껌값 내놓듯 쉽게 입에 올릴 만한 국력의 토대를 만들었는지 음악회에 앉아 한번쯤 생각해 보라는 거다. 그러면 조금은 겸허해지고 역사가 두려워질 것이다. 모레도 그들은 생가 방문은 하되 음악회(구미체육관 오후 3시)보다는 유세 집회 참석이 더 급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입으로는 박정희란 인물을 이 나라를 살린 國父(국부)인 양 칭송하면서도 그의 탄신 90주년은 가난한 음악인들의 호주머니에 기대 그의 遺作을 감상하며 때우려 하고 있다.

信義(신의)라는 걸 생각해본다. 적지만 팸플릿 악보 인쇄비, 피아노 대여비 등을 낸 구미 오페라단(단장 박영국) 단원들과 작곡을 편곡해준 원로 작곡가(임우상), 지역 성악가들 그들이야말로 마음이 가난한 신의 있는 사람들이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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