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싼 가격 현혹 일정에 식품 쇼핑 끼워…시중보다 비싸고 반품·환불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앞 도로. 등산복 차림의 50, 60대 여성 20여 명이 관광버스에서 일제히 내렸다. 이들은 하루 일정으로 내장산과 덕유산, 대둔산 등 단풍관광 명소를 운행하는 모 여행사의 관광객들로 교통비와 식비, 케이블카 요금 등 1인당 1만~1만 5천 원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교통비조차 되지 않는 금액으로 단풍 구경을 다녀온 셈이다.
그런데 관광객들은 단풍관광보다는 인삼이나 젓갈 등 건강식품 판매로 여행이 이뤄졌다고 푸념했다. 실제 관광버스 짐칸에서는 등산장비 대신 갖가지 종류의 젓갈이 실려있었다. 여행객 오모(57·여) 씨는 "내장산에 갔는데 단풍 구경은 1~2시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강경 젓갈 판매점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저마다 김장에 필요한 젓갈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저가의 관광상품을 미끼로 고가의 식품을 판매하는 '무늬'뿐인 단풍관광이 판을 치고 있다. 실제 경비에 크게 못 미치는 저가로 여행객들을 모집한 뒤 젓갈이나 녹용, 인삼 등 식품 매장을 둘러보며 쇼핑을 종용하고 있는 것. 이렇게 산 물건은 시중보다 비싼데다 반품이나 환불이 쉽지 않아 피해가 적지 않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 들어 관광을 미끼로 한 건강식품 판매로 피해를 호소한 사례는 90건이나 된다. 대부분 '싼맛'에 관광에 나섰다가 녹용이나 홍삼, 젓갈 등 건강식품을 농장이나 판매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모(67) 씨는 "유람선 관광과 강경 젓갈축제 관광을 거의 공짜로 할 수 있다는 말에 관광버스를 탔지만 흑마늘과 녹용 등 건강식품 농장을 둘러보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며 "암과 당뇨 등 많은 병에 효과가 있다는 설명에 혹해 노인 상당수가 수십만 원어치의 제품을 샀다."고 말했다. 박모(52) 씨는 "시댁 식구들과 1일 관광을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27만 원을 주고 녹용을 샀는데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품을 원했지만 업체에서 포장을 뜯으면 반품이 안 된다고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관광상품이 쇼핑 위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단지 등 홍보물에는 관련 내용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 한 여행사 단풍관광 전단지의 경우 우측 하단에 알아보기 힘든 크기로 '상기 상품은 쇼핑코스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게 전부였다. 해당업체는 취재진의 문의에 "몇 명이 갈건지만 알려주면 된다."며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양순남 대구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대개 이런 과정을 통해 구입한 제품은 시중보다 비싸기 때문에 내 몸에 맞는지, 지불 능력이 있는지 먼저 생각하고 자녀들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며 "그래도 구입했다면 개봉을 하지말고 반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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