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미식가 유인 오징어 음식점
오징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 흔한 술안줏감으로 생각되던 오징어는 최근 웰빙에 따른 '블랙푸드' 열풍으로 미식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고단백질의 오징어 살에 먹물이 항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징어가 당당한 먹을거리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징어만을 고집하며 차별화를 통해 손님몰이를 하는 가게들도 적잖다.
◆"하루에 70~80마리만 팔아요."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에서 '대머리 산오징어'란 가게를 운영하는 여철(29) 사장은 오징어에 관한 한 달인이다. 오징어를 얇게 써는 데 있어 둘째 가라면 서럽다. 여 사장은 무려 1㎜ 두께로 오징어를 자를 수 있다. 여 사장은 "얇게 썰면 입 안에서 녹는 맛이 더 해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오징어를 얇게 써는 것이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셈이다.
이곳은 2004년 개업해 오징어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회와 통순대 등 4종류만 내놓고 있는 것. 여 사장은 하나하나 써는 데 정성을 기울이기 때문에 15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70~80마리만 공급받아 요리로 만든다. 여 사장은 "오징어가 보통 하루살이라 더 많이 공급받기가 어렵다."며 "물량이 다 떨어져 멀리서 왔다 되돌아가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미안한 감도 있지만 그만큼 자기 요리를 찾는다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
이곳은 가격도 시세에 따라 다르게 받는다. 가격이 매번 바뀌어도 고객들은 이해한다는 것. 여 사장은 "태풍 직후 산지에서 오징어를 못 잡거나 상태가 안 좋을 땐 아예 가게 문을 닫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엔 통순대도 회 못지 않게 팔린다. 내장과 먹물이 있는 통오징어를 그대로 삶아 내놓는데 웰빙 바람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
여 사장은 "오징어는 일반 회와 달리 사시사철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오징어를 써는 기술만 있다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 사장도 초기에 3천만 원으로 시작했다는 것. 단지 단순히 오징어 회 판매를 생각하기보다 차별화를 통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먹물로도 훌륭한 요리가 돼요."
김경환(40) 사장이 운영하는 '춤추는 산오징어(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는 무엇보다 오징어 하나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는 것이 강점이다. 메뉴가 회와 포, 불고기 등 10여 종에 이른다. 특히 이곳엔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요리가 특이하다. 먹물탕이나 먹물튀김, 먹물회초밥, 먹물볶음밥 등이 그것. 모두 김 사장이 직접 개발한 음식이다. 김 사장은 "블랙푸드 열풍으로 오징어 먹물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떻게 먹물을 이용할까 생각하다 개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처음엔 고객들이 온통 검은색인데다 잘 몰라 주문이 적었지만 고소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높다는 것.
김 사장이 오징어 전문점을 연 것은 2001년. 당시만 해도 오징어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는 쉽사리 찾기 힘들었다. 횟집에서 일하다 일반 회는 못 먹어도 오징어는 모든 부위를 먹는다는 점에 착안, 가게 문을 연 것. 한마디로 틈새시장 공략이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오징어의 경우 태풍이 심하게 올 때는 수급에 문제가 있어 우럭 관련 음식을 대체 메뉴로 내놓고 있다.
김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렇게 해서 불고기, 빙수회, 먹물 관련 음식 등이 탄생하게 된 것. 최근엔 탕 종류도 개발 중이다.
김 사장은 오징어에 대한 애정도 깊다. 별도로 오징어 캐릭터를 만들어 상표 등록까지 하는가 하면 가게 곳곳에 가게 이름으로 지어진 재미난 7행시들을 현수막으로 걸어놓았다. 초창기 고객들에게 이름을 통한 시 공모를 했단다.
김 사장은 "최근 들어 오징어 전문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양한 메뉴 개발과 함께 품질 고수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