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제의 계절

입력 2007-11-09 07:59:08

고교 시절 가을이 되면 중간고사 이후 여러 학교들은 '○○예술제'라는 이름의 고교 축제를 열었다. 긴장과 경쟁의 연속인 입시 준비를 위한 고교 생활 중에서 틈틈이 1년여 동안 갈고 닦은 특별활동의 업적(?)을 뽐내듯이 각 클럽별로 다양한 전시회나 문학 청소년들의 시화전, 그리고 합창 경연대회나 음악 경연대회 같은 공연 행사를 며칠 동안 열었었다.

지금처럼 남녀공학이 거의 흔치 않던 시절이라 축제기간 동안 여고에 남학생이 들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고, 여학생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요즘의 청소년들은 과연 그때 우리만큼의 예술이나 문화적인 시간들을 직접 체험하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을까.

예전보다 더욱 치열해진 입시전쟁을 치르는 우리의 젊은 친구들은 예술이나 문화라는 정신적 사치는 아마 꿈에서라도 접해볼 생각조차 갖지 못하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미국 고등학교의 성대하고 화려한 졸업식 '프롬(prom)'이나 여름방학 동안 이루어지는 다양한 캠프 활동은 모두 문화적인 경험을 위한 시간에 대한 노력일 것이다.

유럽의 청소년들은 미국에 비해 좀더 가정이나 가족 중심의 문화적 활동에 대한 경험을 선호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바캉스를 가족 단위로 떠나는 것부터 예술활동에 대한 경험도 모두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그리고 콘서트홀에 가는 것은 부모들의 책임이고, 직접 갈 수 없는 피치 못할 경우에는 비디오나 특별 화보집, 음반 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평범한 중산계층 가정 출신이 아닌 경우 예술이나 문화적 결핍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왜 그들은 그렇게 청소년들의 예술·문화교육에 집착하는 것일까! 예술이나 문화는 사회적 성공이 자연스럽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투자와 노력에 의해 자신만의 특별한 기호(嗜好)가 생겨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 대구는 어떠한가? 대구뿐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 도시는 소위 전문 예술교육 기관이 너무도 열악하다. 예를 들어 인구 250만이라는 대도시인 대구에 예술고등학교가 한 개밖에 없다는 것이 그 증명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문화 예술분야, 특히 '예술 영재·청소년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 씨앗을 뿌리지 않고는 이 가을 거둬들일 게 없다는 것을 하루빨리 깨닫고 예술 분야도 정책적으로 투자하고 영재를 길러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투자하자. 스타를 길러내자!

이병배(첼리스트·대구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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