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씨의 출마 이유는 전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15분여 낭독한 출마 선언은 허공을 맴돌았다. 어제도 '법과 원칙'으로 자신을 포장했지만 그 것은 더 이상 그의 언어가 아니었다. 스스로 새치기 출마의 논리가 힘들었는지 답변은 꼬이고 옹색했다. 그의 출마를 반기는 이들도 있겠으나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도 있나' 하는 공분이 더 쏟아졌다.
이 씨는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국민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이 점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누굴 보고 하는 소리인지 어이가 없다. 정계은퇴 번복으로 '제2의 DJ', 경선 불복으로 '제2의 이인제'라 비난받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이 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번복을 청소년 교육에 나쁘다 하고, 이인제 씨 경선불복을 민주주의 원칙 위배라고 비판한 사람이다. 그랬던 입으로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출마의 정당성을 찾고 있다. 이런 자기모순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씨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관이 모호하다고 했다. 자신이 만들었고 어제까지 몸담은 정당의 정체성을 문제삼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고 대북문제에서 보수 우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자신과 뭐가 크게 다른가. 공연한 트집이고 출마 거리를 찾아내려는 억지다. 설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당의 원로로서 충고하고 지도하면 충분할 노릇이다.
이 씨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 원죄가 어디에 있는가. 두 번이나 지지자의 열망을 무산시킨 것은 자신의 부덕과 가족문제가 결정적이었다. 한나라당의 '차떼기당' 오명도 이 씨 때문에 덮어쓴 것이다. 그것을 갚으려는 속죄의 노력은 없고 권력 망상에 사로잡혀 노욕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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