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느닷없이 이회창씨가 평지풍파를 일으키질 않나, 대선 코앞에서 세력싸움으로 분탕질하질 않나, 도무지 정권교체에 목매는 야당이라 볼 수 없다. 두 번이나 대선에 실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으며, 이번에도 수권능력이 모자란다고 제 입으로 떠벌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이 이 지경으로 시끄러워진 일차적 책임은 이명박 후보에게 있다. 경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도록 박근혜 측을 사로잡지 못한 정치력 부족 때문이다. 패자를 배려하는 승자의 아량이 없었다. 지지율에 도취한 탓이다. 역대 어느 후보도 누리지 못한 50%대 지지율을 순전히 '인간 이명박' 인기로 착각한 것이다. 정권교체 열망을 개인 인기로 잘못 본 환시현상이다. 그래서 경선 패자 쪽이 안 따라오면 어쩔 텐가 하는 교만에 꽉 찬 것이다. 이재오 최고위원 같은 이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거기에서 비롯했다. 사리에도 안 맞는 이회창 씨 출마에 지지자가 몰리는 사태 역시 같은 연유다.
박근혜 측이 경선 승복을 대단한 정치적 결단인 양 계속 내세우는 모습 또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승복은 패자가 받아들여야할 당연한 결과다. 민주적 정당정치에서 생색낼 일도 아닌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승자에게 힘을 모아주는 게 진정한 승복이다. 그런데 승자를 깨끗이 인정하고 적극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나. 뭔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화합의 진정성'을 문제삼더니, 이회창 씨 출마 움직임을 틈타 '당권'대권' 분리론을 들고 나왔다. 그거야말로 승복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고, 자기세력을 시위하는 패자의 오만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50% 넘는 지지율이 당이 잘나서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역겨운 권력싸움에 지지층이 등 돌리는 건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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