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농구의 대명사' 대구 오리온스가 제 색깔을 잃고 헤매고 있다.
올 시즌 새로 지휘봉을 잡은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당초 "우리는 언제든 90점 이상을 득점할 수 있다. 다만 수비가 약했을 뿐이다. 상대를 80점 이하로 묶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지한 채 수비에 좀 더 신경을 쓰겠다고 밝힌 것.
하지만 7경기를 치른 현재 오리온스는 5연패를 당했고 그 와중에 보여준 모습은 이 감독의 말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개막전(10월18일)에서만 92점을 올렸을 뿐 이후 5경기에서 득점이 70점대에 머물렀다. 평균 득점은 78.5점인 데 비해 평균 실점은 81.7점이다.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오리온스의 강점은 빠른 속도의 공격 농구였지만 포인트가드 김승현의 공백과 더불어 스피드를 잃어버렸다. 상대 코트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다 막히면 바로 다음 공격 기회를 찾아 득점하던 모습을 보기 어렵다. 패스는 제대로 돌지 않고 약속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도 적다.
34세 노장 김병철(15.1점 53어시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 운영과 주공격원 역할을 잘해주고 있지만 지원 사격이 부족, 김병철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김병철은 평균 출장 시간이 38분을 넘는다. 한 경기가 40분임을 감안하면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것이나 마찬가지.
김병철과 함께 경기를 조율하는 정재호(6점 3.4어시스트)나 스몰 포워드 오용준(7.6점)의 슛이 더 터져줘야 한다. 김병철과 리온 트리밍햄(18.6점 9.3리바운드) 만으로는 상대 공격에 맞서 맞불을 놓기에 부족하다.
특히 많은 득점이 요구되는 자리에 있는 오용준의 분발이 절실하다. 고려대 재학 시절 오용준은 2001년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무려 51점을 쏟아 부을 정도로 폭발적인 득점력이 돋보였던 선수.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가 힘을 내야 오리온스의 공격도 힘을 얻을 수 있다.
로버트 브래넌(14.7점 10리바운드), 이동준(5.4점 4.6리바운드)으로 인해 오리온스의 높이는 보강됐지만 둘 모두 골밑에서 슛 기회를 많이 놓쳤다. 국내 선수 가운데 리바운드는 6위지만 2점슛 성공률이 38%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동준의 아킬레스건. 이동준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휘젓는 이규섭(서울 삼성·19.6점 3.9리바운드)의 플레이를 보고 배워야 한다. 이규섭은 키가 198cm로 이동준과 체격도 비슷하다.
오리온스는 8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이상민이 이끄는 서울 삼성과 상대한 뒤 10일 대구 홈에서 서장훈이 버틴 전주 KCC와 경기를 갖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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