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장어·쌀국수·가래떡 먹는 날"

입력 2007-11-05 10:02:44

▲ 11월 11일을 앞두고 숫자를 활용한 기발한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11월 11일은 제철 장어를 먹는 날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장어구이집의 플래카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11월 11일을 앞두고 숫자를 활용한 기발한 마케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11월 11일은 제철 장어를 먹는 날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한 장어구이집의 플래카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1월 11일이 뭐기에?"

제과·외식업계의 '11월 11일 마케팅'이 갈수록 기발해지고 있다.

대구 시내 S장어 전문점. '11월 11일은 제철장어 먹는 날'이라는 이색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숫자 '1' 4개를 장어 모양으로 꾸민 플래카드는 이날 하루 장어값의 50%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러 이곳에 들른 회사원 이병철(33) 씨는 "11월 11일이 장어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식값을 깎아 준다니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들르고 싶다."고 했다.

대구 시내 한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도 11일 하루 동안 어린이세트 20% 할인과 베트남 젓가락 증정 행사를 연다. 11월 11일은 젓가락 사용을 권장하고, 젓가락 문화를 지켜 나가자는 의미에서 '젓가락 데이'라고 불리는데 전국에 체인점을 둔 본사가 2년 전 이 같은 젓가락 데이 이벤트를 기획했다.

11월 11일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최초의 사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빼빼로 데이'다. 부산·경남 여중·고생들이 '키 크고 예뻐지라.'는 의미에서 서로 주고 받다가 "친구, 연인에게 사랑과 우정의 징표로 빼빼로를 선물하자."는 제과업체들의 상술이 맞물린 결과. 실제 L제과 홈페이지에서는 '11월 11일! 올해는 달콤~해피한~빼빼로 데이가 일요일! 미리 준비하면 화끈한 경품이 펑펑 쏟아진다.'는 문구의 온라인 이벤트가 한창으로, 10월 15일~11월 11일까지 매일 100만 원 상금과 홈시어터 패키지 등을 경품으로 내걸었다. 제과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1년 유통량의 70% 정도가 빼빼로데이를 전후한 10, 11월에 팔릴 정도.

그러나 제과·외식업계의 데이 마케팅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만만찮다. 11월 11일과 함께 숫자와 발음을 활용한 줄잡아 50여 개의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면서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것.

이런 가운데 농협 경북본부에서는 '농업인의 날'을 알리는 '가래떡 데이' 행사를 지난 2004년부터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농업인의 날은 11월 11일 마케팅 홍수 속에서 1996년 11월 11일 제정된 유일한 법정기념일지만 각종 데이 마케팅에 밀려 외면받고 있기 때문. 허일구 농협 경북본부 자재양곡팀장은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는 가래떡 데이는 우리 쌀 소비를 늘려 농업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기획한 이벤트"라며 "영업 행사가 아니라 농협 개별 점포를 찾는 손님이나 학교들을 찾아가 가래떡을 나눠주고 우리 쌀 소비를 장려하는 홍보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