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리폼으로 '인생 대역전'…곽충완·충근 형제

입력 2007-11-05 07:27:34

곽충완(50) 곽충근(46) 씨는 청바지 리폼을 통해 인생까지 대변신을 이룬 형제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대구시 서구 신평리 시장 안, 허름한 가게에는 수백여 벌의 청바지들이 제각각 새로운 디자인으로 걸려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들이다. 이는 곽 씨 형제의 독특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의류업을 하다가 10년 전, 한번은 옷을 잘못 구입했어요. 컨테이너 박스째로 옷을 샀는데, 그 안에는 입을 수 없는 옷들이 수두룩했죠."

이들은 그 청바지들을 집안 곳곳 보이는 곳마다 걸어놓고 연구했다. '여기에다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지금은 일반화된 패션 페인팅이 탄생한 순간이다. 10년 전, 못 입는 헌 청바지 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인조 보석을 달기도 하면서 청바지 리폼을 하던 그들은 곧 대구의 명물이 됐다.

"도로변에서 청바지에 즉석으로 그림을 그리니,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구경했어요. 라이브 음악을 곁들여 쇼처럼 진행하면 지나가던 버스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워놓고 구경올 정도였죠." 이들에게 청바지는 보물 그 이상이다. 낡고 구식인 청바지라도 이들의 손을 거치면 최신 디자인의 옷으로, 가방, 식탁보로 수십 가지의 변신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색의 바지를 오려내 이어붙이면 훌륭한 조각 치마가 되기도 하고 인조보석을 박으면 멋진 무대의상이 탄생하기도 한다. 가격도 천차만별. 몇 년 전엔 다이아몬드를 박아넣은 '특별한' 청바지를 주문받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판매한 적도 있다. 당시 청바지 가격은 1천200여만 원. '세상에 단 한 벌밖에 없는 특별한' 청바지를 위해 전국에서 주문 전화가 쇄도한다.

사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청바지 디자이너 이전 그들의 삶의 궤적 때문이기도 하다. 불우했던 유년 시절, 형 충완 씨는 가난을 피해 어린 동생 충근 씨를 데리고 집을 나왔다. 추위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들어가게 된 어느 시장의 앵벌이 집합소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 이들은 결국 어두운 세계로 빠져 소년원부터 청송교도소를 거치며 어느덧 지하세계의 '큰형님'이 되어 있었다.

10년 전, 전과 16범으로 교도소를 나와 '청바지 마술사'가 되기까지 이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의 브랜드 '백구패션'의 '백구'는 사실 조직생활할 때 충완 씨의 별명이라고.

'청바지 리폼' 하나로 새로운 패션영역을 개척한 이들은 청바지 리폼이 의외로 쉽다고 조언한다. 청바지에 약간의 그림이나 무늬를 더하면 체격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키가 작으면 세로로 긴 무늬를 그려넣고 마른 체형은 다리 전체에 큰 그림을 그립니다. 측면에 무늬를 넣으면 날씬해보이고 허벅지가 굵은 사람은 잔잔한 무늬를 그려넣으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청바지가 탄생한다고. 그들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현재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야광 청바지를 개발·생산 중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입기 위해 무늬 중간에 망사를 넣은 청바지를 개발했는가 하면 천 위에 정교하게 무늬를 조각한 청바지도 선보였다. "청바지를 버리기 전, 한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버려진 청바지가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이나 새로운 보물로 탄생할 수 있으니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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