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 후보의 '용병' 발언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 등 국가 지도자들의 말이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閭巷(여항)에서나 쓸 법한 말들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순화 없이 있는 그대로 발언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격에 맞지 않는 발언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아예 대놓고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얼마전 국회에서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에 반대하며 '용병'발언을 해 많은 국민들 속이 몹시 언짢았다. 이런 불편한 심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저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NLL이 합의가 된 선이라면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문제를 놓고 괜히 어릴 적 땅 따먹기 할 때 줄 그어놓고 니 땅 내 땅 하는 것 같다"고 말해 반발을 사고 있다. 국가원수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물론 비유를 들다 보니 한 말이겠지만 젊은이들이 목숨 걸고 지킨 영토를 '땅 따먹기'로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NLL을 지키다 아까운 목숨을 버린 군인들과 그 유족들의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소신 발언한답시고 아무 거리낌없이 말하거나 대선 후보가 국익을 위해 명령을 받아 먼 이역에 가 있는 군인들을 용병으로 깎아내리는 것은 참으로 경박하고 눈치 없는 행동이다. 대통령의 NLL 발언을 들은 국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일부에서는 "NLL에 대한 대통령의 얘기는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잡음으로만 들린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우리 국민에게 대통령이나 여당 후보를 존경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의 말과 인식에 문제가 있어 이런 수모를 받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지도자들의 말 한마디는 그 발언의 무게나 영향력 때문에 천금보다 더 무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말에도 장부의 일언은 중천금이라고 했는데 하물며 국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지도자들의 말은 천금을 넘으면 넘었지 결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통념이다. 무심코 내뱉는 말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품위까지 바라지 않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한번 생각해보고 말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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