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함 그리고 따뜻함…다시 태어나도 당신"
첫사랑에 성공한 커플들은 첫사랑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첫사랑에 성공했다가 나중에 이혼하는 부부도 적지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첫사랑 커플들은 지겹도록 사랑하고 있지만 지겹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신수호(45)·박현옥 씨 동갑내기 부부는 첫사랑을 '따뜻함'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더라도 더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전 다시 집사람을 만나서 살겠습니다." 신 씨는 주저없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다음 생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다. 따로 만난 박 씨도 "다시 살아봐도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요. 현재가 좋아요."라고 말했다.
첫사랑에 성공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이들 부부는 경북 의성의 한 초등학교 동창이다. 대구에서 대학입학식이 끝난 후 친구와 함께 만났는데 고향친구라는 사실을 알고는 쉽게 친해졌다. 신 씨는 장인어른을 만난 자리에서 "이 사람 먹여살리겠습니다."는 말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참 멋쩍은 말"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사귀자는 편지를 보냈다. 답장이 오면 인연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박 씨는 "우리 집에 음식을 먹으러 오라."는 편지로 화답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않아도 눈빛만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 학사장교로 입대하기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집사람은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면서 "아직도 그 따뜻함이 변치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게 첫사랑은 여전히 온기를 머금고 있는 온돌 같은 따뜻함이다.
대학시절 도도하기로 세상이 다 알아주던 주희정(가명·47) 씨도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던 남편과 결혼했다. 그녀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사랑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사랑이란 똑같은 것 아니냐. 다른 사람과 연애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아직도 공주처럼 받들어주는 그가 밉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 한때는 왕비처럼 떠받들어 주면서 음식 투정을 하지않던 남편이 음식 못한다며 구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도 달라지기로 했다.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진 것이다. "첫사랑이든, 두 번째 사랑이든 사랑하면 충실하라." 그녀의 충고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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