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다)나이 드는 것의 미덕

입력 2007-11-03 07:43:15

나이 드는 것의 미덕/지미 카터 지음/김은령 옮김/ 이끌리오 펴냄

붉고 노란색으로 변한 가로수와 낙엽, 각종 문화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바쁜 도심의 생활에서도 가을의 낭만을 즐기게 해주고, 곳곳에서 만나는 짙은 국화향기와 노오란 감을 파는 시골할머니들을 만나면서 가을이 깊어간다. 1년 중 나는 11월 늦가을을 제일 좋아한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만들어내는 추상적인 구성이 좋고, 레인코트가 잘 어울리는 시기이고, 길어진 밤 동안에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칼리 지브란의 낡은 시집을 들쳐보기도 좋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내 생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0이 조금 넘어서면서부터는 11월이 그다지 즐겁지만 않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력도 기억력도 떨어지고, 친구와 지인들의 부모님 장례식장을 더 자주 찾게되면서 한 살씩 더 나이 드는 것에 익숙해 지는 것이 싫어졌다. 그런데 얼마 전에 접한 지미 카터의 '나이 드는 것의 미덕 '은 나이 드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즐기는데 도움을 주었다.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북한 핵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중재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친숙하지만 미국 역사상 인기 없었던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퇴임 후 경륜을 살려 후임자들이 챙기기 어려운 제3세계 외교 문제를 해결하고 정열적인 인권 운동과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화려한 활동보다는 은퇴 후의 생활을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행복하게 나이 드는 방법과 나이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배우는 즐거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베푸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음을 언급한다. 행복한 나이 들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강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기적인 건강진단은 물론 정서적 안정, 다양한 오락 활동, 식사 습관, 적당한 운동을 소개한다. 배우자없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법, 든든한 가족애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 지에 대한 언급도 있지 않았다.

의학의 발달은 수명연장이란 혜택을 가져다 준 대신에 성인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는 은퇴 후 기간에 대한 준비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쓸 돈을 모으는 것 말고는 은퇴 후 진정한 행복한 생활에 대해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는 강조를 떠올리며 나는 올 11월은 즐겁게 맞이하고 있다.

안경숙(닥터안자연사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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