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이 싸서 좋다" "싼만큼 품질이"
이마트가 최근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3천여 품목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한편에서 '기존의 일반 브랜드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서 좋다.'는 의견을 내놓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가격이 싼만큼 품질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
PL제품은 소매업체 중에서 대량물량을 소화해 내는 거대 기업이 고객 '니즈'를 바탕으로 스스로 기획, 하청업체에 생산을 의뢰하거나 직접 생산하는 상품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는 제조업체 브랜드인 내셔널 브랜드(NB)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PL제품은 NB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을 무기로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업체별 PL제품 다양
PL제품의 값이 상대적으로 싼 것은 유통업체가 상품의 기획에서부터 생산·판촉·재고처리까지의 모든 상품의 흐름을 관리, 중간 유통마진을 줄이는 한편 자사 이름으로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PB(Private Brand) 제품이라고도 일컬어지는 PL제품을 매장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등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일단 '싸구려'라는 생각을 깔고 보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여전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PL제품이 쏟아질수록 일반 브랜드 제조업체들이 품질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추는 등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의 PL제품 생산 확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구백화점=현재 개발, 판매 중인 PL제품은 생필품인 '대백 꽃향기(휴지)'를 비롯해 '대백 전원미(쌀)' '대백 참 좋은란(계란)' '아름다운 과수원 청과시리즈(사과·배·멜론·혼합)' '대백생굴' '대백 은행마죽(가루분말)' 등 주로 식품과 관련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대백 PL제품은 독점 계약재배하거나 상품 출고에서부터 대백 자체상표를 부착하여 중간 유통단계 없이 백화점 매장에 진열하기 때문에 같은 종류의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 알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백 전원미'와 '대백 꽃향기 화장지'는 PL제품의 성공적인 대표 모델로 자리를 잡은 상태. 대구백화점은 품질이 우수한 PL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동아백화점=198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각도의 상품을 개발, 판매에 나섰으나 고품질 제품 판매에 본격 나선 것은 1997년부터. 동아요구르트·동아시유·동아두부·동아두루말이·동아각티슈·동아칫솔·동아콩나물(5종)·동아숙주나물·동아고춧가루(6종)·동아건고추·동아메주(2종)·동아계란(3종)·동아일반미(3종)·진미류(10종)·멸치류(5종)·건포류(5종)·건오징어류(5종)·해물탕류(13종)·어채류(6종)·제수류(2종)·기타건어물(3종)·수산물 등이 있다. 인기상품으로는 동아일반미·동아콩나물·동아된장·동아두부·동아오징어채·동아백진미·동아쥐포·동아황태채·동아각티슈·동아두루마리휴지 등으로, 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생식품(농산·수산물)은 15%, 공산품(가공·가정용품)은 10%의 신장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올리브 핫 스터프'가 대표적. 니트& 블라우스 편집숍으로 지난 8월 영플라자 대구점에 매장을 오픈, 주중 하루 평균 200만~300만 원, 주말 500만~7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2003년 개발한 '타스타스' 여성 영캐릭터 매장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롯데마트=2003년에 '현명한 주부의 선택 (와이즐렉, WISE+SELECT)'을 선보여 2005년 1천700여 개에서 올 2월 현재 우유·재래김·삼겹살 등 신선식품에서부터 화장지·기저귀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2천700여 개 제품으로 확대됐다. 대표 상품으로 고등어살·청송 꿀사과·느타리버섯·유기농감자·유기농토마토·유기농마늘·유기농풋고추·1급강화우유·토종씨암탉·무농약 현미건빵·잡화꿀·고급비어햄·수제해물왕만두 등을 꼽을 수 있다. 와이즐렉을 포함한 PL제품 매출은 2004년 전체 매출의 6%(1천800억 원), 2005년 8%(2천700억 원), 2006년 12%(4천500억 원)로 확대되는 추세. 관련 매출이 매년 30~60%씩 성장하고 있다.
▷이마트=지난달 18일 청과·야채에서부터 가전·생활용품에 이르는 총 6개 브랜드 3천여 개 품목의 PL상품을 대구 만촌점 등 전국 107개 점포를 통해 출시하면서 NB보다 품질은 동급 이상이면서 값은 20~40% 싸게 판다는 '가격 혁명'을 선언했다. PL상품을 2006년 전체 상품의 9.7%(9천 200억 원)에서 2010년 23%(2조 4천억 원), 2012년 25%, 2017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콜라와 요구르트, 간장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홈플러스=2001년 PL상품을 런칭한 이래 현재 신선·가공식품과 가전을 포함, 의류·잡화를 제외한 모든 카테고리에서 약 4천300가지(2007년 8월 현재)에 달하는 아이템을 취급하고 있다. 쌀·계란·프라이팬·복사지·세제 등 생필품을 비롯해 패션의류·잡화·소형가전 등으로 다양하며, 전체 매출액 중 PL상품 매출비중은 지난해 18%, 올해는 2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PL제품은 의류를 포함해 8개 브랜드. 의류 프리선샛·이지클래식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선택 폭 좁아질 수도
대형유통업체들이 PL제품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일반 브랜드 제품을 매장에서 빼거나 진열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그만큼 좁아지면서 불만이 쏟아질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PL인 '이마트 봉평샘물'이 이마트 내에서 2007년 현재 1천142만 병을 판매해 내셔널 1위 브랜드인 '제주 삼다수' 928만 병보다 더 많은 물량을 판매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삼다수 0.5ℓ의 경우 매장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수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잦았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품질이 내셔널브랜드(NB) 1위 상품과 비교해서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매장 내 상품진열을 동일상품군 1위 브랜드 상품과 나란히 진열,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는 입장과도 상반되는 것.
따라서 대형소매점들은 PL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으려면 "맛과 품질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도록 소비자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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