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매일 한글백일장] 산문 중등부 장원 '내일'

입력 2007-11-01 07:06:15

내일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 친구와의 약속 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는 나와는 달리 조금 다른 의미의 내일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그들을 '기아, 전쟁고아, 불쌍한 아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내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기아가 가장 많은 대륙은 어디일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리카'라고 답할 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아시아'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작년에 읽은 구로나야기 테츠코의 '토토의 눈물' 때문이다. 구로나야기 테츠코라는 중년의 여성이 세계의 어려운 나라를 돌며 쓴 이야기인데 나에게 아주 큰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힘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아이 등 내가 상상도 못할 만큼 힘들고 어렵고 고통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중에서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서 성매매를 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아이와의 인터뷰 중에는 이런 얘기가 있었다.

"이런 일을 하면 에이즈에 걸릴지도 모르잖아?"

하고 묻자 어린 소녀는 답했다.

"에이즈에 걸려도 2, 3년은 살 수 있잖아요. 저희 가족은 내일 당장 먹을 밥도 없는걸요."

그 소녀의 답은 꽤 충격적이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당장 내일 밥을 위해, 살기 위해 에이즈의 위험을 안고 돈을 버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자 너무 안쓰럽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 나는 그동안 내일을 위해, 나의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한 적이 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창피하기도 했다. 단지 밀린 숙제 때문에, 시험 때문에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함부로 말했었던 내가 한심하고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깨달았다.

지구에는 60억 인구가 모두 먹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어떤 아이는 내일의 식량을 걱정해야 하고 어떤 아이는 내일의 시험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 어째서 두 아이는 같은 내일을 두고 다른 이유로 내일을 두려워하는 걸까?

내일의 식량을 걱정하는 아이의 고통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나는 아시아의 대한민국 사람이다. 내일의 식량을 걱정하는 아이는 아시아의 인도 사람이다. 내일의 죽음을 걱정하는 아이는 아시아의 이라크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내일의 죽음을 걱정하지도 않고, 식량을 걱정하지도 않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인도 사람들과 이라크의 사람들이 식량과 죽음을 걱정한다고 해서 그들이 결코 게으르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나는 행복한 아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이는 행복하다. 내일의 식량을 걱정하는 이는 없으니 분명 모두 행복하다. 일상에 불만을 품은 이들을 보면 꼭 말해줘야겠다.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일의 식량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박지연 / 구미여자중학교 3년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