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희 박사는 뇌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분이다. 15년 전 어느 날, 첨단 MRI를 개발하던 그의 카이스트 연구실이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나갔다. 연구비 부족이 문제였다. 며칠 뒤 옷차림이 남루하고 설렁탕집을 운영한다는 이가 박사를 방문했다. 그리고는 매달 400만∼500만 원씩 드는 액체 헬륨 충전비를 떠안았다. 차후 5년간 한 번도 빠뜨리는 일도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는 일원 한푼 아끼는 그가, 대기업들도 모른 체하던 그 어려운 일을 맡고 나선 것이다.
사십대 초반인 윤 씨 부인은 최근까지 7년에 걸쳐 네 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그 중 올해 열 살 된 맏이는 사시였다. 다섯 살인 셋째는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진 채 태어났다. 세 살 막내는 뇌수막염에 안짱다리이다. 하지만 모두들 잘 자랐다. 일곱 살이 되면 폐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던 여덟 살의 둘째도 지금껏 독한 감기 한번 안 했다. 그 어머니 윤 씨가 최근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하늘이 내려 준 은혜, 아이들이 잘 자라게 해 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작 감사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일 터인데 그랬다.
서울 요셉의원은 행려병자와 노숙자 등을 위한 무료 시설이다. 진료부터 빨래까지 모두 봉사로 이뤄진다. 설립 때부터 한결같이 의료 봉사한 사람, 오랜 세월 변함없이 후원한 사람, 10년 이상 설거지를 맡고 빨래를 떠안아 그 땀으로 생명을 보탠 사람도 있다. 열흘쯤 전 설립 20주년을 맞아 기념 미사를 집전한 주교가 그 모든 헌신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여러분의 봉사는 하느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한 것이었습니다. 내게 감히 무슨 할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오직 감사할 뿐입니다."
서울에서 요망한 학력사기범이 하나 붙잡혔다. 눈에 뵈는 게 없었던 듯한 병든 고관이 그 뿌리에 붙어 나왔다. 그 옆 줄기를 뒤적이니 엄청난 공적 자금을 먹고 자빠진 대기업 전직 총수의 수백억 원대 딴주머니가 불거졌다. 부산에서는 어느 권력 측근의 말썽 끝에 국세청 지도부의 부패가 줄줄이 엮여져 나오는 중이고, 서울 유명 대학 총장은 2억 원을 먹었네 빌렸네 냄새 비린 시비를 만들었다.
'난사람'들이 이렇게 이익에 미쳐 돌아가도 세상이 지탱되는 것은, 아마 말없이 뜻으로 사는 저 뒤편의 '된사람'들 덕분일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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