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임명' 경영진…경기장 개장 "난 몰라"
'언제 개장될까?'
청도의 상설 소싸움경기장은 7년간의 공사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올 1월 완공됐으나 당장 개장은 힘든 상황이다.
민간 사업시행자인 (주)한국우사회는 경기장의 개장 운영보다는 우회 상장, 기업 인수 등에만 관심을 가져왔고 경기시행자인 청도공영공사, 사업주체인 청도군은 모든 책임을 민간사업자에게 미루고 있다. 특히 한국우사회는 채권은행과 경영진의 유착, 대주주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파행적인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청도군과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들은 "현 우사회 경영진은 은행 등과 결탁한 '작전 세력'"이라며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했다.
기획탐사팀은 국책사업으로 출발해 '도박산업을 통한 황금알'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소싸움경기장 사업의 문제점을 두 차례로 나눠 해부했다.
◆은행의 대리 경영인가?
"투자금을 미끼로 경영권을 장악했다?"
한국우사회의 현 경영진은 ㄱ은행에서 선임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장 개장보다는 은행이 투자한 자금을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경영이 이뤄지다 보니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 경영진이 취임한 이후 은행 필요에 따라 자금이 들어오고 나간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사회가 자금난에 시달리던 2005년 12월, 이모(31) 씨 등 현 경영진은 ㄱ은행을 통해 1천100억 원대의 자금을 끌어오는 조건으로 대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인수받고 다음해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및 이사로 선임됐다. 우사회에 따르면 당시 ㄱ은행으로부터 투자제안을 받고 39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 인수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의 특약사항에도 '우사회는 투자자(ㄱ은행)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투자자가 지명하는 자들이 대표이사, 이사 및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사회 관계자는 "담보가 없는 우사회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투자 제의가 들어왔고 전문경영인까지 파견하는 줄 알고 주총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은행이 빌려준 390억 원 중 320억 원은 근질권으로 묶여 사용할 수 없는 자금이어서 실제로는 70억 원만 빌린 셈이었다. 그런데도 우사회는 써보지도 못한 320억 원을 포함한 390억 원에 대해 연 12%의 이자를 물었다.
주주 A씨는 "은행이 실제로는 70억 원만 투자한 것이었는데 당시 그 금액으로는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 서류상으로 액수를 크게 부풀려놓고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라며 "은행은 이 씨 등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기업사냥'에 사용된 자금만 대출했을 뿐, 정작 개장에 필요한 자금은 더 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사회 경영진은 2006년 5월 유상증자를 한 후 "비싼 이자를 더 물 수 없다."며 은행의 투자금을 전액 갚았다. 결국 은행 측은 5개월여 만에 투자금을 전액 회수한 데 이어 이자에다 390억 원어치의 B/W까지 챙긴 셈이다. B/W는 2010년 말 주당 650원에 6천만 주를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장악까지 가능할 정도다. 현 우사회 주식 수는 1억 3천 500여만 주(액면가 500원)다.
ㄱ은행 측의 해명은 이와 달랐다. 은행 측은 2006년 1월 우사회에 보낸 공문에서 "현 대표 등은 우사회 관계자들로부터 소개받았고, 이들에 대한 내부 조사를 한 결과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될 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했다. ㄱ은행 장모 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은행은 돈 빌려주는 곳이지, 경영진 선임은 하지 않는다."며 "계약 당시 자금관리는 은행이 하도록 돼 있었고 자금집행도 계약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측이 2005년 11월 박모 전 대표에게 보낸 메일 등에는 '경영진은 당(은)행, PM사 등이 수차례 협의 후 선정 및 스카우트 작업을 한 사람이니 (주총 등에서) 큰 이견이 없었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그후 경영진은 지난해 8월 이 은행에 80억원을 빌려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ㅌ사를 인수해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시도했다. 또 대표 이 씨가 지난해 설립한 SPC(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ㅁ사는 이 은행으로부터 150억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우사회의 지급 보증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을 하면서 경영진 선임을 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만약 그럴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되고 해당 은행은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소액 주주들은 "현 경영진이 우사회 이름으로 은행 돈을 빌려 '기업사냥'에 열중하면서 정작 개장에 필요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현재 경영진은?
대표이사 이모 씨의 경력도 다소 불투명하다. 이 씨는 당초 'M&A 전문가'를 내세우며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됐다지만 과거 행적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는 1976년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할 당시 만 29세에 불과해 자본금 800억 원대의 회사로서는 파격적인 선임이었다.
그는 주총에서 최종 학력을 서울 모대학원 졸업이라고 밝혔지만 취재팀이 확인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대학원 동창회 관계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했다. 대전의 모대학 철학과 1년 중퇴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학력은 밝혀낼 수 없었다.
이 씨의 경력에는 A부동산포털업체 경영기획실장(이사대우) 등을 역임한 것으로 돼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경영진과의 친분으로 이름만 올려놓았지, 실제 직원으로 일했거나 월급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가수 지망생이던 이 씨가 ㄱ은행 관계자 등과 연결되면서 전문경영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서울 강남구 역삼동 180여 평의 사무실(서울지사)에서 최근까지 근무했던 이 씨는 4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고 내년 3월에는 스톡옵션 850만 주까지 받게 된다. 우사회는 지금까지 고정 수입 한푼 없이 증자, 은행대출 등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이와 관련, 이 씨는 "ㄱ은행과 직접 관련이 없다. 당시 우사회 박모 전 대표로부터 경마·경륜 등의 전문가그룹을 구성해 경영에 참가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취임했다. 우회 상장을 해야 우사회의 가치를 높이고 개장을 앞당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임시주총에서 최대 주주가 바뀜에 따라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영진은 각종 사업을 벌이면서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하지만 경영 전반을 뜯어보면 위법의 여지가 많다."며 "대표 이 씨는 현재 대주주들로부터 경영 참여에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 한국우사회는 어떤 회사?
(주)한국우사회는 상설 소싸움 경기장을 건립하고 시설 및 유지관리를 위해 세워진 민간 회사다.
소싸움경기장 건설은 지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도군은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일대 92만 5천600여㎡(28만여 평)를 관광지로 지정한 뒤 7만 9천340㎡(2만 4천 평) 부지에 상설 소싸움경기장을 유치하기로 하고 부산의 동성종합건설을 민간사업 시행자로 선정했다.
당초 경기장 건설은 사업비 96억여 원으로 계획됐으나 갬블산업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규모가 커졌다. 김상순 전 군수가 동성종건과 합의해 공사 규모를 620억 원(좌석 1만 1천245석)으로 증액키로 했으나 경북도의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당초 예산으로 우선 착공하고 나머지를 동성종건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공사를 계속했다.
동성종건이 자금조달을 위해 별도 법인인 코리아불스파이팅투어를 2000년 1월 만들었다. 동성종건이 부산업체여서 대주주 상당수가 부산지역 기업가들이다. 이후 2001년 4월 코리아불스(주)로 사명이 변경됐고, 2002년 2월 전통소싸움경기를 관광과 갬블산업에 접목시키려는 청도군에 의해 상설 소싸움경기장 운영법인으로 승인받았다. 2002년 12월에는 현재의 한국우사회로 또다시 사명이 바뀌었다.
자본금 25억 원으로 시작한 한국우사회는 그동안 수차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800억 원으로 불어났고, 주주 4천300명의 큰 업체가 됐다. 지금까지 1억 3천500여만 주가 발행됐고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71억 7천만 원의 적자를 냈고 올 6월 70억원을 증자했다.
최두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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