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쓰지 말아야지.'
제17대 대통령선거의 60일 전인 지난 20일부터 후보자 또는 정당 명의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할 수 없고, 기초자치단체장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도 금지되자 대구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체장들은 20일 이후 일정 대부분이 업무보고나 간부회의 정도에 그쳐 이전까지 활발했던 단체장의 활동에 대해 주민들도 의아해하고 있을 정도다.
대구 달서구청의 경우 곽대훈 구청장은 10월 첫째 주에 행사 및 회의 18개, 둘째 주 14개, 셋째 주 14개, 대선 60일이 남은 넷째 주에도 7개 행사에 모두 참석했지만 10월 마지막 주에는 17개 행사 중 6개만 참석했거나 참석 예정이다. 다른 기초자치단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한 단체장은 여느 때 같으면 참석했을 은행 지점 오픈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곳 관계자는 "혹시 오해를 살까 싶어 참석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특히 10월은 '노인의 달', '체육의 달'이 있어 행사가 많고, 대선 관련 법과도 상충되지 않지만 대구 기초자치단체마다 20일 이후에는 관련 행사가 하나도 없는 형편. 이달 열렸던 경로체육대회도 대부분 18일에 집중됐고, 웬만한 경로잔치도 모두 20일 전에 열렸을 정도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단체장들은 이 기간 중 교양강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모임, 체육대회, 경로행사, 민원상담, 기타 각종 행사의 개최나 후원이 금지되지만 보건복지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지침에 어긋나지 않을 경우 각종 행사를 할 수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는 대부분의 종합 행정과 관련이 있어 공직선거법과 무관한 경우가 많은데도 '혹시' 하는 마음에 내부적으로 치르거나 단체장이 불참하는 등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것. 일부 단체장들은 '자칫 휘말릴 수 있는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라면서도 오히려 좋아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이곳저곳 돌아다녀야 할 곳이 많아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는데 대선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됐다."고 했다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선심성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능한 행사인데도 기초자치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 저촉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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