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40)안동·경산·청도

입력 2007-10-30 07:56:35

익어가는 가을, 감잎에 소망·추억 '한자락'

차창 밖의 풍경은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가을걷이가 끝나지 않은 황금색 들판, 찰랑거리듯 머리카락 늘어뜨린 은빛 갈대, 산허리 깊숙이 물든 단풍, 여행객은 한껏 들뜬다. 게다가 청도지역에 지천으로 널린 주황색 감은 사랑스런 아이들의 볼 같아 마냥 비비고 싶다.

이번 주 '어서오이소'팀은 안동 하회마을, 경산 갓바위, 청도 반시축제장과 운문사로 바삐 달렸다. 마침 열린 2007 청도반시축제를 알리듯 감나무 가지마다 주황색 전등을 밝힌 청도 반시는 여행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줬다.

◆한 가지 소원을 빌고

여행 안내자는 '소원여행'이라고 그럴싸하게 이름 붙였다. 안동 하회마을 탐방과 경산 갓바위 산행까지 시간에 쫓긴다는 암시(?)였다. 하회마을과 갓바위 모두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이리라. 사실 하회마을도, 갓바위도 반나절 코스로는 부족한 곳 아닌가. 여하튼 첫날 여행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택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첫 코스 하회마을은 그 '명성'만큼이나 관광객을 우르르 몰고 다녔다. 이곳은 반촌의 기와집과 민가의 초가토담집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 인상적인 흙벽을 더듬어가다 양반가옥 북촌댁 옆 삼신당 신목(神木)에서 소원을 빌었다. 하회마을 정중앙에 위치,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과 성장을 도와준다는 수령 600여 년의 느티나무다. 둘러쳐 놓은 새끼 끈 끝에 소원문이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성껏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준다.'는 기도처 갓바위 부처(관봉석조여래좌상·보물 제431호)에도 기도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어떤 간절함일까. 입시철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짐작해 본다.

아이, 어른들이 동전을 꺼내 바위에 붙이자 신기하게도 떨어지지 않는다. 부모들이 갓바위를 보며 장래 희망을 빌라고 채근한다. 그냥 갈까 하던 사람도 앞 다투어 동전을 꺼내든다. 여행안내자는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소원여행' 한 가지 소원은 비셨겠죠. 모두 잘 됐으면 좋겠네요."라고 가볍게 멘트를 날린다.

◆추억을 담고, 추억을 따다

저녁 무렵 청도 화양읍 송금리 와인터널로 향한다. 남성현 밑 방치된 기차터널이 감와인 저장고로 탈바꿈한 곳이다. 터널 중간지점부터 저장고이고, 입구는 전시공간과 카페로 활용된다. 터널 카페에서 연주회와 와인시음회를 갖고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1㎞ 터널 중간쯤에 위치한 철문을 열고 들어간다.

10만 개의 와인이 저장 중이다. 터널 맨 끝까지 채우면 100만 개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터널 안은 15℃로 감와인 숙성에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아치형 천장에서 한두 방울 물방울이 떨어진다. 와인 병에 이름을 담아 다음을 기약하거나 추억을 새기는 재미도 있다.

이튿날 아침, 청도 매전면 덕산리 감 따기 체험농장. 5천여 그루의 감나무가 산을 차지하고 있다. '어서오이소'팀도 농장주인의 주의사항이 전달되자마자 장대를 들고 감을 딴다. 이왕이면 큰 것을 따려고 아등바등해본다. 발뒤꿈치를 들고 가지를 훑어보아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이들도 제 키 서너 배나 되는 장대를 들고 쟁탈전을 벌인다.

홍시 하나를 따서 입에 문다. '톡'하고 터지는 홍시의 보드라운 촉감,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으리라. 다른 가족은 벌써 포장을 마치고 있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부랴부랴 감을 딴다. "가족 당 2상자, 저걸 어떻게 가져가나, 그래 이런 고민이야 행복한 고민이지."

◆반시축제 주인공으로

가을의 빛깔, 청도에서는 풍요롭고 은근한 주홍빛이다. 청도는 바로 지금 감 천지. 청도 땅 도로변이나 밭, 집집의 담장 위 어딜 보나 축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들이 주먹만한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이런 감의 천지 청도는 지난달 정부로부터 반시나라 특구로 지정받아 더욱 빛을 보게 됐다. 바야흐로 청도가 감의 천국으로 뜨고 있다.

농부들은 긴 장대로 감을 따다가도 넌지시 자식을 기다린다. 도시에 나간 자식들도 알아서 찾는 시절이 바로 요즘. 첫 무서리를 맞은 감이 제격임을 알기에 감 따기 작업 일손을 보태야 한다. 특히 자식들 덕택에 월요일은 물량이 쏟아져 공판장 위판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알고 보면 이 때문이다.

마침 청도반시축제(26~28일) 마지막 날에 끼어들었다. 볼거리, 먹을거리의 잔치. 도전! 반시를 쌓아라, 반시 정량, 당도 맞추기, 반시 길게 깎기, 감잎 추억 만들기 등 관람객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다. 또 감 품종 전시장, 반시명품관, 청도대표 농산물 전시관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여행팀은 감말랭이, 반건시 등 시중가격보다 10% 이상 저렴한 감 제품에 손을 내밀었다. "씨 있는 감은 청도 감이 아닙니다. 참외는 물에 뜨고 감은 가라앉아야 합니다." 아기자기한 반시 소개는 감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감 고장에서의 금쪽 같은 시간은 금방 흘러가 버린다. 축제 주인공으로 참여한 여행팀은 못내 아쉬운 발길을 가을단풍이 물든 운문사로 돌려야 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 경험자 Talk

▷김은정(41·서울 동작구)=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갓바위가 인상적이다. 전국적으로 인파가 몰려든다는 사실을 와보고서야 알게 됐다. 나에게는 어떤 간절함이 있을까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최승진(38·서울 은평구)=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청도의 무공해 감과 운문사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다. 운문사 새벽예불 감흥이 남다르다는데 어떻게 해야 참배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윤영하(32·서울 강남구)=1박 2일 코스로는 저렴한 비용의 여행이다. 와인터널에서의 연주회와 와인시음도 좋았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 주머니 Tip

첫날

하회마을 입장료 어른 2천 원, 단체 1천700원

저녁(불고기샤브샤브) 1만 1천 원

와인터널 입장료 3천 원

둘째 날

아침 고디탕 4천 원

반시 따기 체험 1인 5천 원

점심 추어탕 4천 원

운문사 입장료 어른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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