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자이툰부대 파병연장 논란

입력 2007-10-30 07:57:59

"실리 없고 명분 취약" vs "한·미동맹 국익 도움"

정부가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1년 연장하는 대신 부대 규모를 지금의 1천200명에서 600명 선으로 줄이기로 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한은 벌써 3번이나 연장돼 올해 말까지였다.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한국 기업의 이라크 유전 개발과 재건 사업 참여 등을 파병 연장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철군을 서두르고 있는 이라크에 우리 청년들을 남겨둘 이유로 미약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이라크 문제는 파병 결정에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논란을 불러왔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나 대테러 정책 등을 앞세우는 보수 진영이 일관되게 적극적인 파병을 주장한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명분이 취약하고 실리 역시 없다며 파병에 반대해왔다. 언론 역시 회사 견해에 따라 입장이 갈라지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주장을 펴고 있다. 아래 인용문은 모두 신문 사설에서 가져왔을 정도다. 양쪽의 논리를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할 부분도 잘 따져보자.

▨ 찬성론-정치·외교·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파병

파병 연장 찬성 입장에서는 정치·외교·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자이툰 부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가장 중시되는 것은 한·미 동맹이다. 양국의 대통령이 바뀌는 기간 동안 미국과의 동맹을 보다 굳건히 할 필요가 있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파병기한을 연장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장 큰 이유는 한·미 동맹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북한 핵 제거, 미·북 수교 등 60년 만의 대변동을 앞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 우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반면, 이라크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양국 모두가 동맹을 굳건히 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니만큼 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온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미국의 역할이 긴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있는 남북경협 활성화도 테러지원국 삭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 해제 등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고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파병 연장은 이를 진전시킬 수 있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미국 내부에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적 이익 역시 가시화하고 있는 마당이며 이를 극대화하는 데 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측면 역시 강조된다. '자이툰 부대의 활약에 따른 지역안정 덕택에 지난 7월 국내 12개 업체 컨소시엄이 현지 지방정부와 고속국도 건설 등 총 23조 원 규모의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이라크 진출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터키·독일 기업 등이 이라크에서 활발한 수주활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가 당장 철군한다면 자칫 외국기업에 사업 기회를 모두 넘겨주는 결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의 재건을 돕는 비전투적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인식이 좋다는 점 역시 파병 연장의 논리에 쓰이고 있다. '자이툰부대는 그동안 평화재건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왔다. 평화유지 활동뿐 아니라 공공시설 신축, 직업훈련, 질병치료 등 민사활동도 활발하게 펼쳐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칭송까지 받았다. 일방적인 철수로 양국 관계를 손상시킬 이유가 없다.'

▨ 반대론-명분도 실익도 없는 위험한 결정

정부가 약속했던 대로 올 연말까지 자이툰 부대를 완전 철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파병 연장 찬성론은 허점투성이다. 먼저 한·미 동맹이 과연 미국과의 동맹인지 임기 말 궁지에 몰린 부시 행정부와의 결탁인지에 의심의 눈길을 던진다.

'미국 정부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 최근 우리 정부를 노골적으로 압박해 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과 가진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계속 주둔을 요청했고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한국군 파병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이라크 주둔 외국군의 철군 도미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으려는 시도다.'

우리 정부가 이라크 파병의 근거로 삼은 전쟁 명분이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에서도 무너진 마당에 평화와 재건이라는 파병 목적 역시 거의 실종됐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철군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얘기하는 미국과의 동맹은 이라크전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부시 행정부와의 동맹일 뿐이다. 이라크전에 대한 미 국민 지지율은 34%에 불과하며 여당인 공화당 중진의원 일부까지 민주당의 철군 요구에 가세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동맹을 내세워 파병을 연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데 이어 영국, 호주 등 미국과 최고 수준의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 철군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이 철군 도미노를 막기 위해 한국을 압박했고, 한국이 굴복한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간의 남북 관계 진전은 한반도 정세 변화와 양측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꾼 것이 북핵 논의 진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실패로 외교적 성과에 목말랐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익도 마찬가지로 불투명하다. 지금까지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제 뒤집어질지 모를 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손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리스크 보증능력이 없는 쿠르드 지방정부가 남발하는 약속을 믿고 선뜻 투자에 응할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 파병이 연장됨으로써 오히려 다른 아랍권 국가와 관계가 나빠져 중동지역 경제 진출에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군인들의 안전이다. 지역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부대 규모를 축소했을 때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자이툰이 주둔한 아르빌 등 북부 쿠르드족 지역이 인접한 터키와 쿠르드 무장세력의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높은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600명으로 축소된 자이툰 부대가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자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자이툰 부대 지휘관들은 이달 초 현지를 방문한 정부 합동 임무성과 평가단에 "900명 아래로 줄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 생각을 바꾸면-파병연장 국회 표절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찬반 논란이 분분합니다. 파병 연장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앞둔 가운데 각 정당과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사이에도 주장은 팽팽히 맞섭니다. 우리나라가 파병을 연장해야 하는 이유와 연장했을 때의 이익, 그로 인한 손실 등을 생각해보면 어느 한쪽 편들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결정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익도 거의 없습니다. 그림은 지난 23일자 매일신문에 실린 만평입니다. 그림을 보면서 파병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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