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 시립박물관이 발굴해 최근 발표한 '조선고면(朝鮮古面)'을 두고 하회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일본 현지에서 확인작업을 하고 돌아온 안동 답사팀은 육안 감정만으로는 하회탈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답사팀은 이에 따라 30일 문화재청과 안동시에 조선고면에 대한 나무 재질 조사와 정확한 제작 연대 측정 등 국내 목조 문화재 및 탈 전문가, 과학자들의 합동 조사가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하회탈과 다르다"=국내 일부 학계에서는 이 조선고면이 하회탈보다 크고, 색깔이 검은데다, 턱이 분리되지 않았으며, 탈 보자기를 꿰맨 흔적과 끈을 맨 구멍이 없다며 하회탈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제작기법이 거칠고 투박해, 예술적 가치가 높고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국보 121호 하회탈과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고 무거워, 하회탈처럼 연희(공연)를 위한 탈이 아니라 사당이나 건물 기둥에 걸어두고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의 탈에 가깝다고도 주장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의 경북도내 침입로가 영천-김천-상주로 이어져 안동을 경유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하회탈과 무관하다는 근거로 들었다.
◆"하회탈의 하나다"=안동지역 민속문화 전문가 등은 조선고면의 눈매와 이마, 코, 입, 뺨, 주름 등을 묘사한 제작기법이 국내 249개 민속 탈 중 유일하게도 하회탈과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단지 양반탈과 닮지 않았다고 해서 잃어버린 하회탈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회탈 중 초랭이, 할미, 부네, 각시탈 등 턱이 분리되지 않은 탈도 적지 않으며, 주지탈은 하회탈의 전체 분위기와 동떨어진 형태로 제작돼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가가 단지 안동을 경유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탈이 하회탈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함께 출병해 밀접한 관계였던 가토오 기요마사가 밀양-경주-영천을 경유해 의성-안동-영주를 거쳐 북진한 행적이 있으며, 당시 조선고면 소장자의 선조가 왜장들이 조선 출병에 대동한 승려를 돕는 일을 맡아 보면서 승려를 따라 고니시와 가토오의 군영을 자유롭게 다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특히 지난 1978년 안동시가 발간한 '내고장 전통문화'와 안동시사에는 '하회마을에 왜국 승려가 침입해 당시 재상인 서애 류성룡 대감을 암살하려 했다는 이야기가 마을 주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는 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할 가치 높은 '우리 탈'
이 탈에 대한 관심은 구마모토성 축성 40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야츠시로 시립박물관이 조선고면이라고 명명한 탈 옆에 하회탈 사진을 함께 전시한 것이 국내에 알려지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올해 4월 탈을 기증받은 뒤 조선고면과 한국 탈과의 관련성에 대한 조사에 나서 한국 측 전문가들로부터 다른 어느 탈보다 하회탈과 유사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은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조선고면은 임란 이전에 만들어져 적어도 제작연대가 410년 전으로 추정된다."며 그 문화재적 가치를 부여했다.
안동시립박물관 손상락(49) 학예사도 "일본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목제 고면은 국내 탈박물관에서도 처음 접하는 아주 희귀하고 독특한 형태의 우리 탈"이라며 "특정 탈이냐 아니냐는 문제를 떠나 문화재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탈을 통해 제기된 249종의 한국탈과 400여 종이나 되는 일본탈의 역사적 연관성을 찾아내는 것도 새로운 연구분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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