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남의 흠만 보는 눈으론…

입력 2007-10-29 07:01:10

몇 년 전 주요 일간지에 우리나라 어느 연예인이 결혼식 때 입은 드레스가 천만 원이 넘는다고 비꼬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어제는 어느 의원이 모 대선 후보의 부인이 천만 원이 넘는 명품 핸드백을 들고다닌 것을 폭로(?)하는 기사를 보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인이라면 좋은 것을 보고 좋다 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존중이라도 받는 것은 사물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본능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이 정치가의 눈과 입을 거치면 정치적으로 왜곡되고 경제적 시각으로 보면 경제논리로 왜곡되는 수가 있다.

좋은 정치나 좋은 경제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것일진대 아름다운 것도 명품이라는 이유로 비아냥거리고, 좋은 물건을 가지는 것조차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도자들은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그 물건을 쓸 수 있는 사람을 격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남에게는 자기가 만든 좋은 물건을 많이 사주기를 원하면서 정작 좋은 물건을 쓰는 사람을 흉보거나 비난을 한다면 이보다 큰 모순이 어디 있을까?

더 나아가서 지도자들은 이제 문화예술에 대한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열심히 안목을 키우지 않고는 지도자가 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적 감각이 없는 지도자는 말로만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겨우 통계나 숫자상으로만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더 많은 것을 가졌을 때 느끼는 행복감보다는 남이 갖지 못한 것을 가졌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더 크다는 정도는 알아야 진정한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낼 수가 있다. 서민이 부자만큼 갖기는 어렵지만 부자가 갖지 못한 자기만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좀 더 쉬울 것이다.

미술관이나 명품매장에 진열된 작품이나 상품을 보면서 좋아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말고 남의 목에 걸린 비싼 목걸이나, 내가 타지 못하는 좋은 자동차나, 남들이 입은 비싼 옷에도 호감을 보이고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남의 흠만 보는 눈으로는 그림을 그릴 수 없고, 남의 욕만 하는 입으로는 진정한 노래를 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물며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없고 좋은 것을 갖고도 감추고 다녀야 한다면 어찌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있을까.

박명기(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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