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찜질방이나 남탕이나…

입력 2007-10-27 07:54:23

딸 2명을 둔 아빠다. 4세인 작은 녀석은 아직 남탕 출입이 가능해 아빠를 따라 종종 금녀의 탕으로 들어간다. 옷을 벗을 때면 이 녀석은 남자, 여자의 차이를 확연히 느끼는지 시선을 한곳으로 집중한다. 간혹 다른 사람이 "이 녀석, 호기심이 많네."라는 말 한마디에도 아랑곳없다. 사실, 여자아이를 데리고 남탕에 오는 아빠의 심정은 부끄럽기도 하고 허전한 뭔가가 가끔 엄습한다. 이곳에서 이 녀석은 자신과 다른 모습의 낯선 환경에서 아빠에게 더욱 의지하는 눈빛과 행동을 보인다. 평소 활달하고 말괄량이 모습은 간데없고 아빠의 지시에 순한 양이 된다.

목욕 후 가족이 만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언니랑 찜질방을 휘젓고 다니며 놀이터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떤 날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 주의를 줬지만 들은 체 만 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번은 찜질방 구석에서 두 손을 들게 해 벌을 준 일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이 장면을 웃으면서 쳐다봤다. 두 녀석은 부끄러운지 눈물을 훌쩍이면서 용서를 구했다. 그 후론 찜질방에서도 남탕과 같이 얌전한 모습을 보인다.

강정식(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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