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女戰士

입력 2007-10-24 11:16:27

15세기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잔 다르크는 남성이었다. 정확하게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 생식선이 여성화하는 희귀한 병을 앓았다. 그래서 월경이 없었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작은 고환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후대 의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같은 호르몬 대사 이상으로 과다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화하던 그를 엄청난 공격성을 갖춘 전사로 탈바꿈시켰다. 그가 여성의 외모를 띤 것은 여성화하면서 증가한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에도 불구하고 잔다르크는 여전히 '女戰士(여전사)'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고대 영국 켈틱족의 한 분파였던 이세니(Iceni)족의 여왕 부디카. 그녀는 영국을 침략한 로마군에게 남편을 잃고 딸들이 강간당하자 부족을 규합해 서기 60년 반란을 일으킨다. 클로체스터, 런던 등을 공격해 로마인과 그들에 협조한 브리튼인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했다. 런던 공격 때 1만여 명의 군인과 시민들을 살육하고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러나 런던 배후에서 기다리고 있던 로마 주력군의 매복에 걸려 그녀의 군대는 궤멸되고 그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로젠(Lozen). 1840년경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파치족의 여전사로, 추장인 오빠와 함께 약탈자인 백인과의 전쟁을 이끌었다. 그녀는 탁월한 전술가였다. 물의 위치를 미리 알아두어 적군 주둔지의 물을 오염시키는 방법으로 많은 사상자를 냈으며, 대지의 냄새와 진동으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연승을 거듭했다. 그러나 토벌대와의 최후의 일전에서 부족은 전멸하고 투항한 그녀는 수용소를 전전하다 50세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육군이 보병병과에 여군의 배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여군이 전방부대 소대장'중대장을 하면서 남성 병사들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때문이란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보병에 여군을 배치한 지 17년 만에 '여군 보병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현대전에서 보병의 역할은 많이 줄었지만 전투의 최종단계는 여전히 보병의 몫이다. 위험한 만큼 영웅이 될 가능성도 높다. 육군이 지적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방침대로라면 우리 군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여전사가 생겨날 여지도 없어지는 셈이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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