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폐교 매각에만 급급…자체 활용방안 외면

입력 2007-10-24 10:01:56

학교 통·폐합으로 문을 닫은 경북지역 폐교 5개 중 1개는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매각이나 임대도 되지 않는 등 그냥 묵혀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경북도교육청과 시·군 교육청은 학생 야영장, 문화 체험장 등 자체 활용 방안은 외면한 채 매각 위주로 일관해 늘어나는 폐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개 중 1개는 '노는 땅'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도교육청이 관리중인 폐교는 전체 263곳으로 이중 57곳(21.7%)이 사용 목적을 찾지 못해 미활용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 A초교 분교장은 1998년 폐교된 뒤 시교육청이 헌 책·걸상 보관창고로 2년간 활용한 것을 제외하고 7년 동안 주인 없이 비어 있다. 깨친 유리창이나 부서진 문은 합판으로 겨우 가릴 정도로 건물 노후도 심각한 상태. 상주교육청 측은 "주민 기부로 세운 학교를 결국 팔기 위해 폐교시킨 것 아니냐는 반대가 극심했다."며 "2년 전 공시지가 기준으로 9천여만 원이었지만 현 시세를 감안하면 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각도 순조롭지 않음을 내비쳤다.

포항 B초교 분교장은 개인이 농산물·가축사료가공공장으로 활용하다 임대를 포기하면서 올 초 매각 승인을 받았지만 5차례 경매에서 모두 유찰됐다. 매각 산정액이 당초 2억 2천만 원에서 1억 7천여만 원으로 떨어져 6번째 매각을 준비 중이다. 93년 폐교된 포항 C초교 분교장은 교육청이 학생 야영장으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뒤 99년에야 한 종교단체에 임대됐지만 임대료 체납으로 명도소송까지 갔다. 포항교육청 측은 "C초교 사용자의 경우 미징수액만 8천100만 원에 이르렀지만 재산압류까지 한 끝에 겨우 퇴거시킬 수 있었다."며 "이런 사정 때문에 시·군 교육청이 최근 들어 임대 대신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는 것만 능사?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이 매각 위주의 폐교 정책을 펴는 것은 교육부 등 정부가 강조하는 폐교 보존 정책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폐교 보존 정책은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라 학교문은 닫았지만 앞으로 수요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교육청이 폐교를 교육 목적으로 자체 활용하거나 매각을 자제하자는 취지.

그러나 도교육청에 따르면 82년 이후 발생한 558개 폐교 중 절반(52%)인 292개교가 이미 팔렸고, 현재 미활용 상태인 폐교 57개교 중 39개교도 매각을 목표로 관리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또한 용도면에서도 매각되지 않고 활용중인 폐교 206개교 가운데 학생 야영장, 예술·문화 체험장 등 교육청이 교육 목적으로 이용하는 곳은 38개교(18%)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경북의 경우 2000년 이후 감소하던 폐교 수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영향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지만 폐교 관리를 시·군 교육청에만 맡기다 보니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폐교 관리 예산·인력 부족으로 일 년에 운동장 풀 한 번 뽑는 게 관리의 전부이다 보니 건물은 낡고 임대도 어려워 현재로선 파는데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도교육청 차원에서 폐교를 교육목적으로 자체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병윤 도교육청 관리국장은 "폐교가 발생하면 우선 교육목적 시설로 활용하자는 것이 대원칙"이라면서도 "폐교들마다 여건이 다르다 보니 이 원칙을 고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