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답사…제작연대 최소 400년전
일본 구마모토현 야츠시로 시립박물관에 전시 중인 '조선고면(朝鮮古面)'이라는 이름의 '하회탈을 닮은' 목제 가면(본지 19일자 2면 보도)에 대해 안동지역 답사단이 23일 현지 고증작업 결과 하회탈이라는 확증은 얻어내지 못했다. 답사단이 유리관 속의 목제 가면을 단순 목측만으로는 국보 121호 하회탈 진품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정이 불가능했기 때문.
야츠시로 시립박물관에 전시된 탈은 입술 밖으로 나온 앞니가 혀를 깨물고 삼각 주름이 잡힐 정도로 콧등을 찌푸리며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특이한 형상이었다. 얼굴 앞면만 가리는 납작한 형태의 하회탈과는 달리 마치 수박을 반으로 쪼개놓은 것처럼 불룩한 반구 형태였다. 옻칠이 돼 전체적으로 검은 색을 띠고 있는 이 탈은 눈매와 눈썹, 코, 이마, 입, 광대뼈, 주름살 등을 묘사한 제작기법이 하회탈과 유사하나 턱이 분리되지 않았고 이마 쪽의 탈보자기를 씌운 흔적과 귀쪽에서 끈을 맨 구멍을 찾아 볼 수 없는 등 상이한 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눈, 코, 입에 구멍이 나 있는 점과 탈을 쓸 수 있도록 뒷면을 깊게 파놓은 점, 가로 세로의 치수는 하회탈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답사단은 이날 야츠시로 시립박물관 도시야키 하라다(54) 부관장과 후쿠하라 도루(48) 학예계장, 도리즈 료지(31) 학예원과 만나 하회탈과 이 탈을 서로 비교하며 의견을 개진하는 간담회를 가졌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국내 목조 문화재 전문가들이 참여한 학계의 조사 활동과 함께 문화재청이 직접 나서 나무재질과 정확한 연대 측정 등 추가 확인 작업이 시급하다는 데만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야츠시로 시립박물관 측은 '조선고면' 탈에 대한 정확한 치수를 계측한 3D스캔 입체영상 DVD와 함께 '임진왜란 또는 정유재란 당시 왜장 가토오 기요마사(小西行長)에 의해 조선침략전에 노무자로 참가했던 기타마쓰에(北松江·야츠시로의 옛 지명) 지역 한 농민이 조선에서 가져 온 큰 가면이 있다.'는 18세기에 쓰여진 구마모토 지역 향토사 '히고국지'의 기록과 400년 동안 보관해 왔다는 소장자의 채록 등을 제시하며 전시된 탈을 조선고면이라고 이름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30년 이상 하회탈춤을 공연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임형규(56) 회장과 예능보유자 이상호(63)·김춘택(59) 씨는 "하회탈과 닮은 점도 있지만 너무 크고 투박해 예술적 가치가 높은 하회탈과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며 "탈에 한지를 붙이고 채색을 한 흔적도 보이지 않아 하회탈 중 잃어버린 별채탈이라는 추정은 현재 상태로 무리"라며 관찰 소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김동표(56) 하회동탈박물관장도 "조형미를 자랑하는 하회탈과 비교해서 투박하고 과감하게 제작한 것 등을 미뤄볼 때 공연을 위한 탈이라기보다 방상씨 가면처럼 잡귀를 물리치기 위해 당에 모셔두거나 기둥에 걸어두는 벽사의 탈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하회탈이 아니라 하더라도 임진왜란 때 가져왔다는 일본 측 주장이 맞다면 제작연대가 최소한 400년이 넘어 문화재적 가치는 국보 하회탈에 버금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탈을 처음 발견한 야츠시로 시립박물관 도리즈 료지 학예원은 "올 1월 발견 당시부터 조선고면의 부식상태가 심하며 미세한 진동만으로도 부서질 위험이 크다."며 "앞으로 더 이상의 손상을 막고 원형 보존을 위해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별도의 특별수장고를 마련해 탈을 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구마모토 야츠시로에서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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