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의 경주는 아름답고 활기차다.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신라 천년의 고도는 더없이 古雅(고아)하며, 황룡사 9층 목탑을 소재로 하여 세운 경주타워와 3D 입체영화 '토우대장 차차' 그리고 신라 왕경숲 로하스(LOHAS) 축제 등을 새롭게 준비하여 개막한 제5회 경주문화엑스포는 1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내년부터 엑스포 공원을 상시 개장하고자 하는 경북도의 계획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2005년 7월 확정된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2005-2034)에도 예산배정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3년차인 금년에만 해도 113억원이 확보되어 월정교와 황룡사의 복원사업을 선도사업으로 하면서, 경주시 경관을 다각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정종복 의원이 발의하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주역사문화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면 일본의 역사유적도시 보존을 위한 특별법과 같이 역사문화도시 조성에 법적 뒷받침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30년간 3조 원의 예산투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유치와 이에 따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설치 등의 3대 국책사업도 지역갈등을 넘어서 경주의 재구성에 탄력을 크게 불어넣을 것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위원회가 금년 4월에 확정한 경주지역 지원규모는 62개 사업, 4조 5천 623억 원에 달한다. 경주시가 지난해 6월에 정부에 요청한 118개 사업, 8조 8천억 원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민심도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규모다.
여기에다가 경부고속철도 역세권 개발사업이 또한 경주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2010년에 동대구-부산 노선을 준공하게 되면 서울에서 경주까지 KTX로 2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현재 연 700만 명에서 1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경주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천읍 화천리 일대 104만 평 규모의 신경주 역세권 개발이 추진 중이며, 이와 연계하여 현재 운영 중인 10개의 골프장에 10개를 추가건설하고, 축구장도 9개에서 11개로 늘리며, 테니스장 , 게이트볼장, 족구장 등도 조성하고 있다. 체육도시는 화랑정신과도 일정 부분 연결된다고 보여진다.
이렇게 보면 경주의 정체성은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도시, 3대 국책사업에 기초한 첨단과학도시, 경부고속철도와 연동한 체육도시의 鼎立構造(정립구조)를 띠게 된다. 이 구조는 지난 5월에 개최된 경주시 장기종합발전계획 수립 최종보고회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바 있다. 이같은 경주의 3대 정체성이 순조롭게 확립되면 현재 27만 명의 인구가 2020년에는 4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이제 '신라학'은 '신라-경주학'으로 학적 위상과 체계를 달리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신라학이나 '경주학'은 어느것이나 學(학)의 위상에 있어서 역사문화와 첨단과학과 체육을 다 담아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신라학은 역사문화적인 측면이 강하고, 경주는 고려 태조 때부터 불리기 시작한 이름으로 역사문화성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신라-경주학은 향후 밝은 빛 못지 않게 많이 남아 있는 경주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그 체계를 세워 가면 한다. 우선 경주에 아파트가 너무 난립한다. 2010년까지 1만 1천 820세대가 분양될 거라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여름에 울산을 가다 鎭護國家(진호국가)의 성지인 사천왕사(터) 인근에 짓고 있는 코아루아파트를 보고 매우 놀랐다. 경주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이 적법하였다고 하더라도 신라-경주학의 차원에서 보면 눈물 나는 일이다. 일본 교토와 나라에 이러한 주택정책은 결코 결정될 수 없을 것이다. 교토에는 네온사인 간판조차 전면금지한다고 하지 않은가 말이다. 경제위주의 근시안적 안목은 신라와 경주를 병들게 하고 만다.
또 보문단지에 비해 소득격차와 낙후성을 보이는 경주도심을 살리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1970년대 마련된 10개년 경주도시계획이 박정희 대통령 유고이후 유명무실화되면서 도심은 30년 가까이 규제의 틀에 묶여 있다.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이 쪽샘 개발 등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과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된다. 경주에는 위덕대를 비롯, 동국대와 경주대, 그리고 서라벌대가 있으며, 민간 교육연구기관들도 있다. 이들이 횡적 네트웤을 이루고 실제적인 관산학협력으로 새로운 연대에 맞는 신라-경주학을 발전시켜, 경주를 세계 3대 역사문화도시로 정립해 나가길 염원한다.
박희택 위덕대 교수/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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