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을 둘러싼 혼란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7일에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2009년 1천500명으로 시작해서 2013년에 2천 명까지 늘리겠다."고 국회 교육위에 보고했다가, 거센 질타를 받은 끝에 다시 보고하기로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 후 법학교수와 대학총장과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데 정부는 재보고를 둘러싸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정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금세 "첫해 총 정원을 100~400명가량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언론에 흘리기도 한다. 왜 100명이며 왜 400명인가? 애당초 왜 1천500명이며 왜 2천 명인가? 법률가 양성제도의 기본틀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며 도입하는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이 무슨 떨이판의 흥정감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문제는 숫자의 '미세조정'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변호사 숫자를 통제하겠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다. 교육부의 보고를 압축하면 '변호사 숫자와 직결되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적은 수로 통제하지 않으면 변호사의 형편이 지금보다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증은 하나의 자격증에 불과하다. 자격증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국가가 숫자를 통제해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의 고수입까지 보장해주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법률에서 총 입학정원을 정하도록 되어 있지 않느냐.'고 반박할 것인가? 과연 법률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법조인의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서 총 입학정원을 정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법률의 어디에도 그것이 '상한'이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것을 '미리' 정해야 한다고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총 입학정원을 상한으로서 정하게 되면 그것은 위헌이다.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법률가 양성 교육을 하고자 하는 대학의 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총 입학정원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국민 누구나가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하한으로써 정할 때에만 합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총 입학정원을 합리적인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 미리 정해서도 안 된다. 아직 인가 신청도 받지 않은 상태이며 게다가 인가기준조차도 확정되어 있지 않다. 기준도 정하지 않고서 신청도 받아보지 않고서 도대체 무슨 수로 인가해 줄 숫자부터 정한다는 말인가? 세상 일에는 다 순서가 있는 법이다. 더더구나 합리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에 관한 일이다. 순리대로 하는 것이 맞다.
이쯤에서 '그러면 인가받는 로스쿨이 너무 많아져서 일본처럼 문제가 된다.'라는 반박이 나올 법하다. 일본의 로스쿨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졸업생의 신사법시험 합격률이 40%대이며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시험에만 매달리면서 수업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 것은 일본 정부가 로스쿨을 너무 많이 인가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그것과 충돌하는 정원제 사법시험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변호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반발하는 법조와 타협한 결과이며, 일본 사회는 지금 그 잘못된 타협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경험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숫자를 미리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을 도입하는 이상 숫자 통제라는 악습은 처음부터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험과 관련해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의 법조가 2010년에 3천 명으로 예정된 신사법시험 선발인원도 많다며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의 교육인적자원부에 해당하는 문부성은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폭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교육담당 정부부서는 적어도 '법조'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는 '사회생활상의 의사'이다. 몸이 아프면 동네 의원을 찾아갈 수 있는 것처럼, 사회생활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바로 근처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로스쿨 총 입학정원은 합리적인 근거와 절차에 따라 '국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하한으로서 정해야 하는 것이다.
김창록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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