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9년 만의 새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입력 2007-10-20 07:13:44

"소설 쓰기는 늘 나를 새롭게 해줍니다. 몸이 노쇠해졌다는 것은 느끼지만 마음은 늙지 않았어요. 당장 연애도 할 것 같은걸요."

소설가 박완서(76) 씨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이후 9년 만에 펴낸 신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문학과지성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애무할 거라곤 추억 밖에 없는" 인생의 황혼기를 살아가는 노인들이다.

19세 꽃다운 나이에 겁탈을 당한 끝에 애 딸린 홀아비에게 시집가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친절한 복희씨')의 내면이, 50년 전 사라진 사랑의 흔적을 더듬는 한할머니('그 남자네 집')의 추억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또 시골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고 버릇없는 아들 내외와 이웃해 살고 있는 할아버지('촛불 밝힌 식탁')가, 남편을 췌장암으로 잃고 자신도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할머니('대범한 밥상')가 등장한다.

"나도 젊었을 적에는 70이라는 나이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한때는 '서른'이라는 숫자가 들어간 나이에 죽었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당신네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하겠지만 나름대로 다 재미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여든 고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작가지만 요즘도 버스와 지하철을 즐겨 타고 광화문에 있는 영화관도 자주 찾으며 활기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점에 대해 감사한다.

소설에는 밥처럼 평범한 것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작품도 있다. '대범한 밥상', '후남아, 밥 먹어라' 등 밥을 강조하는 작품이 두 편이나 실렸다.

"밥에는 지어주는 사람의 정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늘 공기밥 위에 뚜껑을 덮어놨었는데, 김이라는 것이 어떤 기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집밥'(집에서 부모님이 해주는 밥)에는 원초적 미각, 고향 같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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