뭬야? 노벨상에도 스캔들이?
노벨상 스캔들/ 하인리히 찬클 지음·박규호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매년 10월 전 세계 언론의 주요 관심은 스웨덴으로 쏠린다. 노벨상 발표의 달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 8일 의학상, 9일 물리학상, 10일 화학상, 11일 문학상, 12일 평화상, 15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영광의 주인공들이 밝혀졌다. 넓고 넓은 지구에서 활약하고 업적을 쌓은 과학자나 활동가가 많은 만큼 수상자를 둘러싼 논란이 없을 수가 없다. 올해에는 환경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구설수에 올랐다.
'직접 실천한 것도 없이 입으로만 상을 받았다.'느니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전기와 (난방용) 기름을 써대고 있어 언행불일치'라니 하는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1901년 첫 시상 이후 100년이 넘는 노벨상의 역사에서 이런 논쟁은 '새 발의 피'도 되지 못한다. 독일 최고의 과학 전문 작가인 지은이 하인리히 찬클은 노벨상 100년사에서 있었던 논란은 물론 '어처구니 없는 오류'를 파헤친다. 그리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학구적 '스캔들'을 말한다.
찬클이 제시한 사례는 흥미롭다. 1959년 반양성자의 존재를 실험을 통해 증명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에밀리오 세그레는 결정적 아이디어를 훔쳤다. 191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프리츠 하버는 아내의 자살에도 불구하고 독가스를 개발한 가스전(戰) 주도자였다. 유전자 구조 발견 공로로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제임스 듀이 왓슨은 거짓말과 미인계로 정보를 훔친 '무서운 아이'였다.
노벨상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런 오류와 스캔들의 시작은 결국 노벨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찬클은 "지난해에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도록"이라는 조건과,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이라는 구절의 불명확성을 지적한다.
"한 분야의 수상자가 최대 세 사람까지 가능하다는 노벨재단의 새 규정에는 더욱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국제적인 공동 연구가 진행되는 현실에서 세 사람만으로 한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서다. 찬클은 이로 인해 "특히 피해를 본 것은 주로 젊은 연구자들"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주된 작업을 담당하고도 수상자 명단에는 제외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찬클이 인정하듯이 노벨상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의 '특별한 명망'은 여전하다. 찬클이 원하는 것은 노벨상이 탁월한 명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수상자 선정 방식에 몇 가지 시급한 변화일 뿐이다. 노벨상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음에도 노벨상 수상자 선출에 목을 매달았던 한국 정부나 국민의 시각에 대안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한국의 실정에서도 한 번 되새겨볼 내용이다. 380쪽. 1만5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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