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 얼얼~ "그래도 포기못해!"
"매운 맛은 먹으면 먹을수록 당깁니다. 결코 매운 맛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난 8일 오후 8시쯤 대구시 중구의 한 낙지볶음 전문점. 인터넷 맛집동호회 '대구 맛따라 길따라' 회원 4명이 '번개'를 가졌다. 이들은 청량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운 낙지볶음을 먹으면서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즐거워했다. 이들은 동호회 회원 중에서도 매운 맛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의 열혈 마니아들이다.
이들 가운데 윤정섭(32·대구시 동구 방촌동)·방미명(27) 씨는 부부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소문난 매운 맛 마니아다. 방 씨는 집에서 반찬을 만들 때도 매운 청양고추를 듬뿍 넣는다. 그는 "고교 때부터 매운 떡볶이를 자주 먹었다."면서 "안 먹어야지 하면서도 중독성 때문에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매운 맛을 즐기다 보니 고추장 소비가 다른 집보다 월등히 많다. 고추장을 구입하더라도 18ℓ 들이 큰 통을 고른다. 윤 씨는 어머니가 군대시절 훈련소에 면회왔을 때 멸치와 고추장을 사 왔을 정도로 매운 맛을 즐긴다. 윤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추장에 찍어먹는 멸치가 간식이었다."면서 "속버린다면서 밥과 함께 먹으라고 했지만 그냥 먹는 것이 더 좋았다."고 했다.
노상기(39·대구시 북구 검단동) 씨는 날씨가 흐리고 기분이 우울해지면 대구시내 소문난 매운 맛집을 찾아다닌다. 노 씨는 "특히 술 마신 다음날 매운 짬뽕 국물을 마시고 땀을 흘리면 속이 확 풀린다."면서 "매운 맛이든 순한 맛이든 자기 입맛에 맞으면 가장 좋은 음식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진희(27·대구시 달성군 현풍면) 씨는 얼마전 매운 음식을 먹었다가 속이 쓰려 병원을 찾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전혀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고 다시 매운 맛 순례에 나서고 있다. 김 씨는 "매운 맛을 포기하는 것은 한국인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지난 7월 유럽으로 여행을 갔을 때 고추장을 휴대해 식당에 갈 때마다 모든 음식에 비벼먹었다."고 말했다.
매운 맛 마니아답게 네 사람은 각각 매운 맛을 즐기는 노하우가 있다. 윤 씨는 매운 음식과 찬 팥빙수를 함께 먹는다. 매운 맛을 더 잘 느끼기 위해서다. 김 씨는 매운 맛을 먹을 때 물을 마시면 더 맵기 때문에 음식을 다 먹은 뒤 물을 마신다.
윤 씨는 "인터넷 카페에 맵다는 음식점 소개가 나오면 직접 먹어보고 반박하는 댓글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노 씨는 "전국의 매운 맛집의 음식을 맛 본 뒤 직접 매운 음식을 만들어 동호인들과 나눠먹고 싶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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