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 신재생에너지에 달렸다"
세계 석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기다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이를 타파하기 위한 각종 규제도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다. 각 분야별 차이는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인 신재생에너지. 우리의 투자·기술개발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세계 주도국 진입이 가능하다.
3개월 넘게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상황과 국내 현황을 보도해온 매일신문은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지난 4일 본지 자문위원들을 초청,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의 조성방향'에 대해 좌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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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량은 2억 1천400만TOE(석유환산톤·1 석유환산톤은 석유 1t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서 2004년 2억 2천600만TOE, 2005년 2억 2천800만TOE, 지난해는 2억 3천200만TOE로 조금씩 증가했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2003년 383억 1천만 달러(38조 3천억여 원)였던 것이 2004년 496억 달러, 2005년 667억 달러, 지난해 855억 7천만 달러로 증가폭은 엄청나다. 최근 뒷걸음을 모르고 큰 폭으로 뛴 국제유가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6.8%나 되는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유다. 매일신문은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6일부터 3개월여에 걸쳐 '신성장동력 E-클러스터, 신동해안시대 연다'라는 특별기획을 연재해왔다.
이번 기획시리즈의 마지막회로 지난 4일 본지 자문위원을 초청,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의 조성방향'에 대해 좌담회를 열었다. 자문위원들은 "미래는 에너지를 선점하는 나라가 패권을 잡는 시대다. IT산업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뜨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부장대우
토론:정두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센터장(연료전지)/ 한경섭 포스텍 교수(풍력)/ 박진호 영남대 교수(태양광)/ 정진화 포스텍 교수(풍력)/ 정재학 영남대 교수(태양광)/ 신승목 포스코파워(주) 연료전지부문 사업개발팀장(연료전지)/ 송경창 경상북도 과학기술진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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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요즘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전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왜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할까요? 또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왜 신재생에너지가 부상하고 있을까요?
▷정재학:인류의 문명이 지속적으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의 발견 때문입니다. 불을 시작으로 한 인류의 에너지문명은 화석에너지를 통해 신기원을 이뤘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화석연료는 무진장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유가는 조만간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큰일인 셈입니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화석연료는 지구 환경파괴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각인 찍히며 국제사회가 사용에 따른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어요. 이러나저러나 신재생에너지는 안 쓰려야 안 쓸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정두환:햇빛, 바람 등은 무한한 재생에너지 자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에너지로 바꿔 쓸 수가 있어요. 신에너지는 어떤가요? 요즘은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기술을 지금 개발해놓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시대지요. 따라서 신에너지 분야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개발해야 하는 연구·개발 아이템 중 하나입니다.
-사회:그렇다면 우리가 주력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무엇일까요?
▷박진호:태양광과 풍력이 우리나라, 아니 대구·경북에 가장 적절한 분야일 것 같아요. 태양광을 보면 실리콘 재료로 한 태양전지가 현재 세계시장을 이끌어가고, 박막형 태양전지가 뒤를 잇고 있지요. 이들 태양전지들은 반도체 공정기술과 소자기술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기술들이지요. 대구·경북에는 이런 인프라들이 잘 구축돼 있습니다. 특히 디스플레이산업이나 반도체 소재부품 인프라가 잘돼 있는 구미공단이 단적인 예입니다. 조만간 삼성, LG 등의 대기업들이 태양전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우리 지역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이들 기업을 잡아야하겠지요.
▷한경섭:풍력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람이 좋은 곳을 꼽으라면 동해안이 으뜸입니다. 경북은 산도 많고 해안가에 바람이 좋아 굉장히 좋은 자연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지요. 게다가 기술력도 세계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정부와 국내 연구진의 노력으로 풍력발전기는 거의 국산화를 이뤄냈지요. 풍력에너지 잘 만들어서 북한에 전기공급까지 한다면 정치적인 면에서도 좋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정두환: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연료전지도 빨리 선점해야 할 산업입니다. 연료전지 분야는 매우 큰 산업입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작은 배터리에서부터 수십GW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까지 어마어마한 분야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 기술을 세계에 팔기 위해 일찍이 뛰어들었습니다.
▷신승목:전 세계적으로 연료전지 분야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 기술력이 일찍 시작한 선진국과 4, 5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어요.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연료전지는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발전 효율이 높고 공해 배출이 적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포항에 있는 포스코파워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경북에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했는데, 앞으로 에너지 강국으로 가는 첫 관문을 연료전지가 열 것입니다.
-사회: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분야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분야의 우리 기술력은 현재 어느 수준입니까?
▷신승목:포스코파워는 최근에 발전용 연료전지 상용화에 유일하게 성공한 미국 FCE(Fuel Cell Energy)사와 손을 잡고 기술제휴를 통해 100㎾급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와 함께 차세대 연료전지인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의 독자적 기술개발을 위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150㎾ SOFC 연료전기 기술개발 계약을 체결했지요. 최근엔 포항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에 연산 100㎿급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어요. 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300㎾, 1.2㎿, 2.4㎿급 연료전지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2009년 이후엔 수출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진화:풍력은 발전기 제작분야, 발전단지 조성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풍력발전기 제작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기술력은 세계적입니다. 베어링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국산화가 됐지요. 설계 분야도 80%까지 선진국 기술에 근접해 있습니다. 설계 분야가 조금 뒤처진 것은 국내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아서지요. 조만간 이 부분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풍력 전문가들은 우리 민족의 창조력을 발휘하면 2015년까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우수하면서도 가장 저렴한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발전단지도 많이 조성해야겠지만 우리처럼 땅덩어리가 좁고, 산악지형이 많아 대형 발전기가 어려운 자연조건에서는 우수한 발전기 제작기술을 통한 양질의 물건을 수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야겠지요.
-사회:이제 경상북도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박진호:지난번 열린 에너지클러스터 조성 중간보고회를 다녀온 뒤 발표 내용이 너무 구색맞추기용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너무 많은 것에 손을 대려고 하는 인상이었지요. 대규모 발전단지, 에너지 박물관, 그린시티…. 다 좋은데 핵심은 지역산업과 연계한 에너지산업 육성입니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유치에 집중해야 하지요. IT산업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뜨고 있는 이들 GT(Green Technology) 업체가 에너지클러스터의 충심 축을 이뤄야 합니다.
▷정진화:독일은 그런 점에서 참 깨어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일찍부터 국가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지요. 지금은 그것이 국가를 지탱하는 하나의 산업이 됐고, 전 세계에 그 기술을 팔아먹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신승목:우선 국내 시장을 형성해야 합니다. 기업이 뛰어들 수 있게 정부나 각 지자체가 좋은 먹잇감으로 유인을 해야 하지요. 기업은 이윤이 없으면 절대로 나서지 않습니다.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에 많은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송경창:현재 정부가 신경 쓰는 것은 에너지 보급과 R&D 분야뿐입니다. 산업 활성화는 뒷전이지요. 법도 에너지 이용·보급에 관한 법밖에 없어요. 산업육성에 관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에너지 보급과 R&D는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에너지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북도는 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중점으로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리: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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